말갈망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소리북 』




말갈망





연분홍 입술이 꽃처럼 고와서

꽃칠 한 입에서 나온 말들은

봄인가 했다


순하고 따뜻한 목소리라

그 마음 닮아서

허공도 저처럼 환한가 했다


반짝이며 물어나르는 말에

잠시 동안 깊이 든 속내를

한번쯤은 밖으로 드러내나 했다


세상의 모든 말 한번에 쏟아져도

진심은 하얗게 남아

영영 사라지지 않을거라는 생각했다





* '말갈망'은 자기가 한말을 뒷수습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범주 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냥 막 한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줄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고 자기의 의중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말에만 심취된다

대화란 서로 주고 받아야 한다. 꽃들도 가만히 보면 대화를 하고 동물도 대화를 한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대화를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지 못한다 최소한 책을 읽을 때만은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경우, 책을 읽지 않고 사는 경우가 더 많다

책을 읽든 아니든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시작한 말이 아니면 최소한 상대가 어떤 말을 하려는지 의중을 기다려 보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이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고개도 끄덕이지 않고 그저 듣기만 했을 뿐인데 자기가 한 말을 듣는 내가 한 말인양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자주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몇몇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막상 내가 시간이 나서 전화를 걸어도 난 내가 할 말을 못하고 상대의 끝없는 이야기를 듣다가 끊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계속 내가 걸어말을 끊지 않으니 내가 일반적인 대화자리에 들어갈 겨를이 없다 내가 건 전화임에도 몇번을 그러다 보면 자연 통화할 의욕도 사라지게 된다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지만 술자리에서는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자연히 말을 이어간다 찻자리도 밥자리도 대화의 방식은 마찬가지이다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면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고 상대는 자연히 마음을 닫게 된다 미운 짓을 하거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과 다른 상처가 아닌 판단을 하게 되지만 이건 종류가 좀 다른 별개의 이유로 마음이 멀어진다 오래 살다보니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많이 알고 지내다 보니 더 어쩔 수 없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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