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소리북 』




시계



소리내며 살고 싶다

한 순간 한 순간

의미있는 걸음으로 다가가

사는 일이 이렇게 아프다고

떳떳하게 소리내며 살고싶다


무표정으로

늘 일정한 거리 두고 다가가

조금만 내어주고 돌아오면

다시 내가 되는

충분한 무뚝뚝함 배우고 싶다





다시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할까? 돌아갈수만 있다면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을거라고 말하겠지만 인생에는 다시 되돌아가는 길이 없다 과거의 공간으로 되돌아가서 그 세상에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더 이상의 과거에 대한 회상이나 당시의 번민에 다시 시달리고 싶지 않다

과거의 시들을 보면 그런 생각들이 들어서 들추기가 싫었다 하지만 방향을 달리 잡는다면 또 다른 생각들을 물어낼 수 있겠다싶다

시계를 보면서 늘 생각한다 나를 생각하지 않고 산 시간이 많은지 나를 생각하고 산 시간이 많은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생각하면서 보낸 세월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정확하게 재어 보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나를 생각하면서 살아오지 않았을까

타인을 생각한다고 해도 결국 자신과의 관계가 얽힌 접점에서 생각이 시작되고 끝나 버린다 잠을 들 수 없는 날은 시계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시계가 내는 빛과 소리는 밤을 밝히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시끄럽고 환하다

시계처럼 세상을 무감각하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남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 감정을 다 소비하면서 매순간 에너지를 빼면서 살아가는 일이 사람사는 일이라지만 때로는 로봇처럼 생각하고 시계처럼 무의미하게 그저 한걸음 한걸음만 가면 살아가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최소한 자기 감정에서 자기 다리를 거는 일은 없을테니까 내 감정에 내가 넘어지는 어리석고 바보같은 일들을 겪고 나면 얼마나 사는 일이 우습고 어이없는 일이라는 것을 새롭게 잘 알게 된다

때로는 시계가 냉정하고 딱딱하지만 나름 멋지게 세상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일견 그런 처신이 부럽기도 했다

이 시에는 시계처럼 무뚝뚝하게 자기 감정을 싣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보고싶다는 마음에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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