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소리북 』
바다
물은 더 푸른 물빛 아래서
물보다 진한 파도로 밀려오고
바람은 싸늘한 청대 숲속에서
바람보다 차디찬 풀잎을 유혹한다
소나기 구름으로
떠도는 갈매기 갯바위 사이로
쓰린 거품 물어내는 파도는
잊힐 듯 잊히지 않는
물의 마음을 아는가
물이 더 푸른 물빛 아래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을 아는가
이곳 정동진에 오기 전까지는 바다낚시를 참 많이도 다녔다 솔직히 지겨울 만큼 다녔다 낚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디론가 떠나고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일들을 즐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은 생각만큼 낚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파도가 너무 세서 도로를 덮치는 일이 다반사이거나 잔잔한 바닷물 초입을 찾으면 때를 만나지 않으면 고기가 없다 고기를 만나는 확률도 몇 번 정도였고 그것도 바쁜 날은 낚싯대 펴기가 귀찮아서 눈 낚시만 하다가 그냥 지나가기 일쑤다
나를 잘 아는 친구는 이런 내 모습이 연구 대상이라지만 나는 별 연구할 것이 없는 기준이 단순한 사람이다 그냥 그 상황에 맞게 최대한 그 환경을 누리는 거다 어쩌면 가만 앉아서 기다리기 보다는 대체로 찾아 나서는 편이다 가능하면 유용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 시는 아주 오래전에 쓴 시이다 차 안에 누워서 바다를 바다 보다가 모래사장에 텐트를 치고 바라보다가 갯바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그것도 지겨우면 백사장을 걸으면서 바라보기도 한다 시선의 높낮이에 따라서 혹은 시시각각 바다는 다르다 어떤 때는 돌고래떼가 몰려왔나 싶을 만큼 파도가 세게 치솟다가도 또 어떤 때는 전어 떼어가 왔는지 잔물결이 햇살을 받아 잘게 출렁인다
바다의 모습은 한결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순간도 같은 적이 없다 늘 내가 알던 바다가 아니라 순간순간 다른 얼굴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시간들도 똑같은 것은 없다 사람이나 사물들은 순간순간 늙어가고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다만 잊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바다도 같은 이치로 늙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바다는 영원히 재생되는 젊은 존재일까 아니면 원형의 상징을 빌어와서 어머니의 자궁안으로 보고 만물을 키워내는 존재일까
요즘은 바다 위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점점 오른쪽으로 옮겨간다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일출은 베란다 정면에서 해가 떠올랐지만 지금은 오른쪽으로 한참 기울어져서 떠오른다 이렇게 해가 점점 장소를 바꾸면서 떠오른다는 것을 과학시간에 이론으로는 들었지만 눈으로 확인하기는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