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는 길 2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소리북 』




하늘 가는 길 2




길이란 길은 다 걷고 싶다


붉은 터리풀 환하게 핀 숲길

쑥부쟁이 듬성듬성 핀 들길

잎잎이 덮인 가을길

눈 내린 겨울 들판 길

다 걸어보고 싶다


더 걸을 수 없을 때에는

비상 날개 펴고 훨훨 날고 싶다




아주 오래 전에 쓴 시이다 그때는 그랬다 많은 길들이 나의 앞에 놓여 있고 내게는 무한한 선택권이 놓여 있는 줄 알았다 아무 겁이 없었고 손만 뻗으면 내가 갈길은 신작로 길이 새로 놓일 줄 알았다 교만했던 것일까

아니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그랬을 것이고 그런 배포도 없었다면 나는 나의 젊은 시절은 보내고 스스로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의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길은 운명이고 다 잘 될 거라는 믿음 확신도 있었다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봤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무지했고 좋게 말하면 순진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그때의 나를, 그리고 그 때의 내 판단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잘 닦인 도로 위에서 성장하다가 어느 틈엔가 길도 아닌 길을 걸으면서 힘든 길을 걸으며 살아왔다고 해도 그건 나의 그때 그때마다 최선의 판단이었고 당시에는 달리 방법을 알지 못했던 덕분이니 어쩌겠는가

덕분에 인생을 생각하는 폭을 넓히게 되었고 힘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더 깊이 더 따뜻하게 생각하는 여유도 생겼고 나보다 나이든 사람들과 훨씬 더 대화가 잘 통하는 장점도 생겼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길이란 길을 다 걸어보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내게 없는지도 모른다 내가 꼭 잘 할 수 있는 길 내 삶에 유익한 길을 열어두고 그 길을 잘 골라 가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제야 철이 든 것 같은 느낌이다

무엇이 소중하고 어떤 길을 가야 하고 잘못된 선택이 주는 고통이 어떤 지도 잘 알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든 쉽게 내리지 않고 신중하고 누구에게든 함부로 헛된 에너지를 쏟고 싶지는 않다

입을 수 있는 옷과 입고 싶은 옷이 다르고 먹고 싶은 것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다르고 살고 싶은 집과 살고 있는 집이 다르고 하고 싶은 말과 할 수 있는 말이 다르고 타고 있는 차와 타고 싶은 자가 다르고 걷고 싶은 길과 걷고 있는 길이 다르다는 것은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글쓰는 일이 직업이 되다보니 덕분에 주제 파악만큼은 남보다는 아주 빠르다

어떤 길이든 다 걸을 수 없고 걸을 수 있는 길이 따로 있다는 것도 이만큼 살다 보니 자연히 알게 된다 비상 날개를 펴고 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는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나답게 그냥 나답게 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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