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면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소리북 』





산에 가면





산에 가면

구름이 산을 무심히 지나다녀도

산의 마음을 구름은 헤아린다


산에 가면

산도 구름도 가까울 수 없지만

어느새 저들은 서로를 닮아간다


산에 가 보면

구름이 산에 머물지 않는 이유를

산이 늘 같은 마음을 지닌 이유를

저절로 알게 된다





한여름 땡볕 아래 산길을 걸으면 저절로 나무 아래 길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산길이라고 다 나무 아래로 길이 나 있지는 않다 그러다 보면 가끔씩 지나다니는 구름들이 해를 가리는 때가 있는데, 이때는 구름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산길을 걷다 보면 더위에 나무들이 '헥헥'대며 잎을 늘어뜨리고 있어 하늘을 바라보면서 저 구름이 비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구름이 산에 가까울수록 구름이 만드는 산그늘은 넓어지고 산길을 걷기는 좀 편해지고 구름의 그림자는 산을 덮어 마치 또 다른 산을 만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렇다고쳐도 그림자만으로 비를 내려 나무의 목마름을 없애는 것과 비교하자면 한참 모자란다

산길을 잘 걷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높은 산에 오르면 저혈압으로 두통이 인다 그래서 들길이나 야산 정도는 걸어도 힘들게 산길은 자주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주 산을 오르면 두통도 고쳐진다고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런 류의 두통의 쓴맛을 앓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다가 특별한 경우, 힘들게 산을 오르면 산 아래로 펼쳐진 광경은 속을 뻥 뚫리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면서 산길을 걷고 산 정상을 찾아 드는 것일거다

구름은 낮게 깔려 산을 지나기도 하지만 산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가끔 있다 간혹 여름날 늦은 오후 산을 오르는 날은 가끔 소나기를 맞기도 하는데 스콜성이라 잠시 자리를 피하면 되는데 그 피할 자리가 마땅찮은 경우도 있다

한때의 비가 지나가고 나면 나뭇잎들이 싱싱하게 되살아나고 비를 내리는 구름의 존재를 다시 헤아리게 된다 대부분의 생명을 지닌 것은 다 마찬가지이다 죽기 직전에 꽃을 피우는 난초도 그렇거니와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솔방울을 더 많이 다는 소나무, 여건이 어려울수록 꽃을 먼저 피우는 꽃나무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경우를 더듬게 되고 더 깊이 사람살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산은 구름이 오고 가는 것을 헤아리는지 오거나 아니거나에 초월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때가 되면 와서 물을 내리고 가는 구름의 마음을 산이 아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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