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시인의 친구 』
콩나물시루 속에서
어둠 속에서
어둠만 먹었다
살갗 터지는 아픔
껴안고 껴안아도
그리움은 꼬리를 단다
길 잃고 빛 끊어진
허공에서
비린 꿈은 날개를 단다
아주 오래전에 쓴 시이다 여고 다닐 때, 친구 집에 간 적이 있었다 형편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시장통에 있는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아주 작은 2층 집에 살고 있었다
한때는 커다란 저택에서 잘살다가 아빠의 사업이 실패하고 아빠가 죽고 나서 그곳으로 이사 와서는 엄마랑 남동생이랑 살아가는 친구였다 머리는 명석하고 나름 쾌활한 성격을 지닌 꽤 괜찮은 친구였다
그 집 화장실에 갔는데, 검은 천을 덮어 놓은 것을 봤다 살짝 무섭기도 하고 그런 광경을 처음이라 친구에게 물었더니 시루에 콩나물을 키운다고 했다 콩나물을 키워서 파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검은 천을 들춰보니 노란 콩나물 대가리들이 쏙쏙 머리를 내밀고 키재기를 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참 동안을 고 귀여운 모습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나도 그렇게 한번 해보고 싶었다 쓸데 없는 짓을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를 감내해 가면서 시루가 없으니 구멍 숭숭 뚫린 플라스틱 바구니에 콩을 담아 물을 주고 천으로 덮었다 그리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나도 콩나물시루 속으로 들어가 콩나물이 되는 느낌이었다 당시에는 한 반에 60명이 넘는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했다
시루 속 그곳은 어떨까 얼마나 어두울까 또 얼마나 추울까 별별 생각을 하면서 며칠을 물을 주고 보니 꼬리를 달고 날아갈 준비를 하는 콩나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신기했다 너무 짧아서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콩나물 시늉은 내며 자라고 있었다
콩나물을 보면서 그 친구가 떠올랐다 그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아직은 여고생이면서 아픈 엄마 나이어린 남동생까지 돌보는 나이 어린 가장이었던 그 친구의 꿈은 콩나물처럼 점점 자라 꼬리를 달고 어느 틈에 허공을 딛고 일어서 조금씩 커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너무 오래되고 너무 멀리 살고 있어 서로 연락이 닿지 않지만 그 친구는 세상 어느 곳에 내어 놓아도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 다부진 콩나물처럼 잘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 때, 그 친구의 삶을 응원하면서 쓴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