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시인의 친구 』
겨울 수양
만져지는 것만 느끼려 마라
만져지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 사랑이다
도심의 수양 잔가지 잘린 채
죽은 듯이 겨울을 난다
목이 셋 달린 기형의 기린처럼
매연 속에서 겨울잠자는 수양은
일생을 잘못 살아 형벌당하는 사람같다
죽은 듯 보이는 나무도 겨울에는 자르지 마라
희망이 남겨진 잔뿌리에도 추억은 남아 있다
희망없는 길이라고 주저 안지 마라
사랑이 끝났다고 죽진 마라
죽음은 삶 바로 다음에 숨겨진 비밀의 카드다
끝이 보이는 세월 앞에서 다시 만난 그대
이제 보이는 것만 보지 마라
보이지 않는 곳에 더 깊은 믿음을 보라
살다보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여태 알던 사람이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내 앞에 서 있을 때가 있다 전혀 무관한 남처럼 느껴지는 배신감은 어떤 말로도 이해되지 않기도 한다
마치 한여름의 수양버들을 생각하고 지나가는데, 한겨울 긴가지와 잎들을 몽땅 잃어버린 채 굵은 가지만 남겨져 마치 팔다리가 다 잘린 형벌 받는 모습을 보면 예전의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을 잃어버린 눈앞의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아무리 유능한 정원사도 겨울에는 가지를 자르지 않는다 어느 가지에 생명이 숨겨져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관계가 나쁘고 서로에게 갖는 마음이 팍팍하고 사이가 험악할수록 마음이 팍팍하고 추울수록 상대에게 함부로 말을 하고 함부로 관계를 잘라버리면 더 큰 상처를 입게 되고 영영 회복이 불가능하게 되고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더라도 돌이킬 수가 없다
그래서 좀 더 진정되고 나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판단하고 나서 관계 정리를 하든가 회복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모습과 내뱉은 말들로 바로 판단을 한다면 평생 지우지 못한 상처들을 입을 수 있고 상대에 대한 희망을 버리기도 쉽다
사랑도 미움도 마찬가지이다 순식간에 사랑이었다가 순식간에 미움이 되는 것은 나이 불문 장소불문일 경우가 많다 물론 젊어서 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만큼 살다보니 사람의 감정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을 가끔 느낀다 감정은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여자의 말과 남자의 말은 정말 다를까 남자들은 정말 여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까 누구의 말이든 가슴으로 품고 이해하기로 작정하고 듣는다면 크게 나빠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젊은 시절에는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겉으로 상대에게 보여주는 행동과 내뱉는 말만으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의 사람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때에는 그냥 저 사람의 속마음이 뭔지를 되짚어 본다 그리고 믿어본다 그러면 쉽게 이해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속마음을 되짚어보고 깊이 믿어보는 마음은 신뢰가 뒷받침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