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는 길 3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시인의 친구 』




하늘 가는 길 3





앙상한 겨울 가지 위에

파랗게 하늘 가는 길이 걸려 있다


홀로 빠져나가

별빛이 고여 있는 곳까지 걸으리라


그곳에서 손 내미는 이별은

아프지 않으리라


곁에 있는 사소한 것들도

사랑의 눈길이 닿으면 의미 있는 걸음으로 다가온다


살아가는 길에는

갈수 있는 길과 버려야 할 길이 있다는 것을

제때 버림으로써 자유를 얻는다는 것을 안다







겨울은 하늘바라기에 좋은 계절이다 빈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내가 사는 세상을 잊고 쉽게 몽상 속으로 빠져든다 하늘을 통하면 못 갈 곳이 없다

오래전에 떠난 사람들도 만나고 헤어진 이웃도 만나고 책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도 만나고 보고 싶은 얼굴도 그곳에서는 오래 만나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실컷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져 돌아오면 다시 변함없는 내가 되어 있다

어제는 멧돼지 새끼를 봤다 찍찍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사방을 둘러보다 보니 처음에는 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멧돼지 새끼가 민가에까지 내려와서는 먹이를 찾는 모양새다 어미 개만한 덩치의 새끼 멧돼지를 눈으로 직접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다

대부분의 새끼들은 참 예쁘다 멧돼지도 새끼는 정말 귀엽게 생겼다 어디선가 어미가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차를 탔고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들고양이 새끼나 고나리 새끼 멧돼지 새끼 같은 그동안은 내게 큰 의미 없는 존재들도 요즘은 겨울이 되어 먹을 것이 없어서인지 눈앞에 자주 나타난다

키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키울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서 쉽게 포기하게 된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해 보이는데,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 같다 먹이를 두는 버릇을 들이면 더 가까이 불러들이게 되고 야생성을 잃어버리데 되는 일 같아 섣불리 행동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