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시인의 친구 』
친구에게
작은 이야기를 오래 하면서
서로의 곁불을 따뜻하게 쬐면서
마음이 물길을 열어 기쁨으로 출렁이면서
긴 말도 짧은 말도 그 길 따라 들락거리면서
자란 마음은
몇 해 아니, 수십 년 만나지 못해도
어둠 속에서 쉽게 네 목소리 찾아낸다
소소하게 나눈 웃음은 세상을 밝히고
박새 소리처럼
파도 소리처럼
갈댓잎처럼
가슴과 귓속을 들락거리며 꽃이 되는 너를
다시 듣고 싶고 보고 싶고 생각나는 이 마음을
별빛 되고 달빛 되고 햇살 되어 나를 밝히는 네 마음을
너는 알까 친구
오래된 친구가 있다 너무 멀리 오래 떨어져 살아서 자주 연락을 하지 않지만 한 번씩 전화통을 잡으면 한 시간은 기본적으로 지나간다 돌아보면 예전에도 그랬다 몇 십 년의 세월을 훌쩍 넘기고 통화해도 엊그제 통화한 듯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귀한 친구다
철없던 시절 철없는 친구로 만나 수많은 철없는 이야기들을 했지만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했는지 하나도 생각나는 것은 없다 그때만 해도 유선전화를 하던 시절 전화통을 하도 붙잡고 오래 하니 그 친구랑 방금 헤어졌다면서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냐고 하시던 엄마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꿋꿋하게 통화하던 친구다 무슨 말을 그리 오래 했던지 기억에는 없지만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 그 친구가 왜 좋은지는 잘 안다
그런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 간혹 내 친구들은 대체로 비슷하다 아무리 오래 연락이 안 되거나 만나지 못했어도 그냥 친구는 내 마음을 다 안다는 생각을 하고 그냥 속엣말들도 쉽게 하게 된다 그냥 이야기를 해보면 안다. 그 마음이 예전 마음이랑 다르지 않으면 그냥 그 친구는 여전하다는 것이고 뭔가 다른 기색이 느껴지면 이미 마음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자주 만나고 자주 연락해도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한 사람도 있고 자주 만나지 않지만 가끔 통화를 해도 여전히 반갑고 편하고 잘 살고 있을 거라는 믿음직한 친구도 있다
우정이란 참 따뜻하고 끈질긴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잇는 끈은 보이지 않지만 튼튼하다 그리고 아무리 오래 연락을 하지 않고도 어느 상황이 되면 자연스레 마음에서 되새김질하듯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