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시인의 친구 』
몰운대 풍경
가을 한낮에 만난 어여쁜 애인 몰운대
갯머위 구절초 산도라지
가을꽃 향기에 취해 비틀거리면
수줍은 듯 다가오는 그의 하얀 속살
깎아지른 갯바위 내려가면
군데군데 들국화 설레는 마음 숨겨놓고
만나지 못한 슬픈 길 열고
만나고 이별하는 길 덮는 모래마당
세상안 꿈길밖
어디를 다녀도 선뜻 떼놓지 못하던 어여쁜 그 사람
몰운대 가을 풍경 속에서 다시 만난다
풍경이나 나무나 세상의 어떤 사물도 사람으로 치면 어떤 사람정도는 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예를 들자면 몰운대의 풍경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예쁜 사람인 것처럼
몰운대는 바다의 영향으로 안개와 구름이 많이 몰려들어 눈앞의 정경이 잘 보이지 않아서 지어진 이름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 있던 정운 장군의 순절을 기리기 위해 순익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몰운대는 특히 해질녁이 아름답다 다대포 특성상 서해를 살짝 끼고 있기 때문일까 해질녁 몰운대를 다녀간 사람들은 한결같이 탄성을 자아내는 곳이 또한 이곳이다
한 때는 몰운대 를 지나 다대포를 자주 다닌 적이 있다 그곳이 인연이 되어 들락거리던 시간대가 늘 해질녘이었다 두어시간 여유를 두고 낙동로를 지나 다대포로 이어지는 이 길을 들어서면 몰운대의 산책길은 서서히 낙조를 머금기 시작한다
혼자 생각하며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평일에도 사람들은 몇몇이 오가며 마주친다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들로 처음에는 복잡하다가 어느 틈엔가 몰운대가 보여주는 풍경에 다른 생각들은 모두 사라진다
그래, 몰운대는 사람으로 치면 아주 아담하고 어여쁜 사람이다 새댁처럼 두 볼이 붉은 사람이 아니라 적당히 잘 늙어가는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어도 그저 묵묵히 다 받아들이는 아담한 아낙네의 모습이다
그리고 자주 봐 온 덕분인지 언제 가더라도 낯설지 않은 얼굴을 내게 내민다 부산사람이라 그런가 그래 그런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더 좋은 곳이 더 많겠지만 혹 임진왜란때 나라를 뺏기지 않겠다는 순국 선열의 피를 매일 한번씩 확인하라고 몰운대의 노을은 저렇게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