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시인의 친구 』
그 사람의 정원
오랫동안 가꾸지 않은 정원의 문을 연다
문의 바깥은 어두운데
이곳은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고
영혼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사람은 나의 주위에서 넝쿨처럼 자란다
앞에서 옆으로 옆에서 뒤로 얽히고설켜서
마침내 내가 되어 버린다
큰소리도 이미 나를 찾을 수 없는 곳
나는 여기서 그 사람이 주는 것만 받고 그 사람 안에서
빛나는 구름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시들 중 하나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의 영향권에 든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처음에는 그 감정을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가랑비에 옷이 젖 듯 어느새 마음이 누구에겐가로 향하고 마는 감정들을 담았다
누구나 살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책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나 혹은 시집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또 그 영향 아래에 놓이기도 한다 어떤 설명이 필요하지 않는 감정을 다룬 시이니 만큼 사람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공감을 형성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에도 길이 나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길은 자연스럽게 생겨나서 마음이 서로 통하는 양방향 길도 있다고 믿는다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끼리는 언뜻 생각이 스치면 그쪽에서도 나를 생각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가 통하는 마음에 길이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