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맛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시인의 친구 』



말맛




맑은 목소리에 담긴

말랑말랑한 말을 배우면서

말에도 맛이 있다는 걸 알았다



꽃잎처럼 고운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시 달린 말로

때로는 쓰리고 아팠다



설레지 않아도

단박에 통하는 말들은

이불이 되기도 했다



하면 할수록 빛나는 말이 있고

들으면 들을수록

힘을 잃는 말도 있었다


따뜻한 말은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고

그 따뜻함이 때로는

생을 밝히는 환한 빛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말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자신이 상대에게 말하면서 준 상처는 잊어버리고 자신이 당하는 상처에 아파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이고 그럼에도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이 사람이면서 또한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을 자주 만나면서 단 몇 분만 말을 섞어봐도 계속 만나야 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게 된다

또한 상대방을 배려하고 말을 하는 사람인지 자기 말만 주야장천 하는 사람인지 상황을 봐가면서 말을 하는지에 따라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을 통해 그 사람의 인격을 보기도 한다

교장선생님 같은 훈시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정다감한 친구 같은 어른도 있다 말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말의 맛은 달라진다 그렇다고 단맛만 나는 말에 넘어가서도 안되고 쓴맛이 나는 말이라 무시해서도 곤란하다 그래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맛을 내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살아가면서 늘 느끼는 바이다

그럼에도 말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늘 역지사지의 입장이 되어보고서야 입을 열곤 하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서 나는 말을 하는데도 수련이 필요하고 다스려진 마음 상태로 타인을 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론은 뻔한데, 실천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다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이 배운 것도 아니지만 교양이 있고 말을 정말 맛있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아나운서처럼 말을 하거나 달변가는 아니지만 진심을 담아 사안에 대해 고민하고 들어주고 얘기하는 자세가 정말 배울만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이 들어도 불쾌해 한 적이 없고 대중들을 상대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보통은 아니다 아는 것도 많고 마음수련도 되어 있어 성내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나도 그런 맛있는 말을 하는 말하는 품격을 배우고 싶다 이제는 함부로 나오는 대로 높은 억양으로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낮은 톤으로 정리된 생각을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을 더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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