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은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 『거침없이 내게 왔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은 소리 내어 울지 않고

지나간 것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저지른 이유도 까닭도 모르는데

떠나간 껍질들이 여린 살갗을 찌른다


가버린 것은 가버린 무리 속에 덮어버리고

가버린 것이 다시 올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가버린 마음에 사는 상처마다 꽃이 핀다


모든 것은 떠난 길목에 놓이고

지나간 것은 가버린 것이 놓고 간

세월의 허물을 벗는다


부딪치고 깨어진 지금

가버린 이름 부르지 마라

가버리지 못한 추억도 갖지 마라


지나간 것은 이미 흘려버린 눈물이다

골수 찍어낸 아픔은 다 돌려보내고

깊이 뿌리내린 나무는 새움이 튼다


지나간 것은 모두 던지고

가버린 것은 훨훨 떠나고

지금은 앞으로만 가는 강물이 된다



이별은 세 종류로 나눈다 떠나가버린 것과 지나간 것과 보내 버린 것이 그것이다 떠나가버린 것은 보내는 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진 것으로 보낼 의사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행동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이별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으로 이별의 경우, 셋 중 최악이 된다

두 번째는 지나간 것이다 이러한 이별은 상대방이나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지는 것으로 그다지 중요한 인연이 아닌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이별일 수 있다 쉽게 가볍게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만나고 헤어지는 이해관계가 끝나면 사라지는 가벼운 관계에서 가능한 이별 방식이다

세 번째는 의도적으로 떠나보내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상대의 의지와 무관하게 보내는 사람이 주도권을 갖는 경우이다 가장 이기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상처가 덜한 이별 방식이다.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그만큼 정리가 되어 있는 것이고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지 않고 상대에게 있는 경우 가능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살아서 마음이 상해서 하는 이별은 슬픈 일이다 남녀 사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성끼리의 사소한 다툼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결별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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