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을 입에 달고 사는 대학생의 수기
- 16주, 몸과 마음이 지치기에 충분한 시간
- 계획적 휴학을 계획했으나..
- 그럼에도, 어쨌든 삶은 흘러가기에
직장인은 퇴사를 결심할 때쯤 월급이 들어온다는 씁쓸한 농담이 있다. 대학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학기가 끝나갈 때쯤이 되면 매 학기 휴학을 다짐한다. 기필코 다음 학기는 쉬든, 놀든, 어학 공부를 하든, 여행을 가든, 인턴을 하든 대학에 남아있지 않겠다고. 그리고 정말 휴학 신청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설 때쯤, 종강을 하고 방학을 맞이한다.
나는 대학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학생은 아니다. 1학년 때는 '대학에 왜 왔지?'라는 고민을 하느라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았다. 흥미를 끄는 교양도 몇 가지 있었지만, 매주 강의를 들으며 '더 나은 교수법이 있을 텐데', '더 좋은 평가 방식이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며 왠지 모를 반항심을 갖고 있었다.
대학은 16주 동안 다양한 강의를 매주 19시간씩 들으며 과제와 팀플, 시험을 준비하고 그걸 4.5점 척도로 평가한다. 사회에 나가서는 이 점수로 대학에서의 성실성을 평가받는다. 누가 만든 제도인지 참 견고하게 한국 사회의 일부를 꿋꿋이 지탱하고 있다. 정말 이런 방식의 교육이 최선인건지,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학에서 1년을 지내다 보니 좋은 친구들, 교수님 그리고 우리 학교에 정이 들어서, 이들과 함께 배우기 위해 대학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학년이 된 뒤로는 주로 '어떻게 살지?'라는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해야 대학 졸업 후 괜찮게 살아갈 수 있을지, 오늘과 내일을 어떻게 채우는 게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될지 생각하고, 실행한다.
1학년을 마치고 난 뒤, 다음 학기는 정말 휴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시간 강의 중 1시간은 꾸벅꾸벅 조는데 썼다. 학점도 하향세였다. 이렇다 보니 나는 학습자로서의 역량은 전무하고, 대안학교에 다닐 때처럼 일을 해서 성과를 내는 데에 적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학습자의 수동적인 역할을 취해야 하는 학교에서 빨리 벗어나야 행복해질 수 있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동안의 수많은 방학들에 비추어보았을 때, 아무런 계획 없이는 휴학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없는 스펙을 쥐어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관심 있던 비영리 재단 두 곳에 인턴 지원서를 넣었다. 결과는 당연히 탈락. 자격증도, 어학점수도 없는, 어리바리한 대학교 1학년 새내기를 뽑아줄 회사는 없었다.
아무것도 없이 휴학을 하기엔 용기가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휴학(休學), 학교를 쉬고 휴식을 취하기에는 아직 1학년이었다. 이대로 학교를 쉬었다가 대학 졸업은 할 수 있을지, 휴학한 채로 영영 청년 백수가 되어버릴지...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됐다.
그래서 결국 2학년을 맞았다. 융합학부에서 전공 없이 지내던 1학년을 지나, 결국 전공 첫 학기를 시작하게 됐다. 마음을 다잡고 이번 학기만큼은 잘해나가고 싶다는 마음에 시간표부터 전략적으로 구성했다. 9시 강의는 무조건 피하고, 안정적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강의 후 휴식시간도 챙겼다. 전공 2강의, 교양 4강의로 겨우겨우 18학점을 채웠다.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한 2학년 1학기의 모토는 '최선을 다하자'였다. 1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에 해외봉사를 다녀오면서 얻은 에너지가 있었다. 해외봉사 단원들과 현지의 학생들이 준 에너지와, 무사히 해외봉사를 마쳤으니 나도 잘 해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동기부여가 됐다. 그래서 이 학기에는 정말 열심히 활발히 활동했다. 교내에서는 신입생 멘토링을 하고, 우리 대학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매주 12시간씩 근로를 했다. 검정고시 멘토링, 청소년 진로 멘토링을 했다. 내가 멘티로 진로 코칭을 받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지금까지 쭉 참여 중이다). 그렇게 살았는데도 아침 강의가 없어서인지 성적이 올랐다.
지금은 2학년 2학기를 맞았다. 벌써 네 번째 개강. 이번 방학에는 매일 도서관에 근로하러 출근한 탓에 개강한 느낌이 들지도 않는다. 왜냐면 제대로 방학을 한 적이 없으니까..
사실 이번 학기도 휴학을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근로 장학과 학업을 병행하며 적당한 성취감과 함께 학습을 해나가는 일상이 참 안락하고 즐거워서 한 학기 더 다녀보기로 했다. 역시나 어떤 인턴에도 합격하지 못했기도 하고..
이번 학기도 역시나 좋은 성적, 활발한 활동, 적당한 성취감을 얻으며 무사히 마치고 싶다. 지금의 마음을 두 달 뒤 중간고사 즈음의 내가 기억할 수 있도록 어떤 강의를, 어떤 활동을 왜 꼭 해야 했는지, 왜 하고 싶었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부디 재밌는 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