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시인의 <산문집 1>에 담긴 시인을 꿈 꾸다.
아침, 잠결에, 불현듯 떠오른 시어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고 하는 고장에서는...'
꿈꾸듯 떠오른 시구가 쿵 하는 느낌처럼 마음을 울려왔습니다.
시를 암송하지 못함을 애석해 하며 관련 시를 찾았습니다.
어쩐 일인지 떠오른 시인이 '백석'이었습니다.
<백석 평전>을 뒤적이고, 시들을 들춰 보았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막막한 마음 한구석에 묘하게도 생각났던 시인이 <김사인>이었습니다. 그이가 지긋한 저음으로 낭송하던 그 시를 처음 듣던 어느 겨울밤, 주체할 수 없이 흐르던 눈물이 생각났습니다. 미량한 겨울밤의 정서 때문이었겠지만 저 깊은 곳에 어려있던 슬픔처럼 울려왔던 시의 또렷한 감동이 기억되었습니다. 김사인의 시집과 그가 연재했다던 중앙일보의 <시가 있는 아침>도 찾아봤습니다.
어디를 뒤져도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백석의 시를 찾아줘"
"백석의 대표작은?"
"시어 중에 스칸디나비아가 나오는 시는?"
"김사인이 낭독한 시들을 찾아줘"
...
AI를 동원하니, 그 시가 백석이 아니라 <신동엽 시인> 이었고, 그 시는 <산문시 1>이라는 답을 해 왔습니다.
"김사인의 신동엽 '산문시 1' 낭독 파일을 찾아줘"
"'산문시 1' 전문을 찾아줘"
"이 시가 처음 발표된 곳은 어디야?"
드디어 시의 전문을 접합니다.
산문시(散文詩) 1 _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 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 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 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 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트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 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 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 기지도 땡크 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 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서늘해지면, 더구나 선거철이면, 이 시가 떠오릅니다.
이뤄지지 않은 민주의 꿈이 안타까워 그렇습니다.
찾다 보니, 신동엽 시인의 장남이 있더군요. 그이가 낭송하는 아버지의 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울러 신동엽 시인과 관련한 영상이 있어, 함께 공유합니다.
https://youtu.be/GhSM8YZ9SzA?si=G1pvnQRk7TcJqxl3 (시인에 대하여_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https://youtu.be/meKacPKCtzU?si=gjzPo7UsYmkM8dsI
https://youtu.be/beXth-_c6ME?si=CXYCAxqTT_mc4mg9 (시인 신동엽을 말하다 _ 신동엽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