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가족이 아닌가?
기리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할매가 돌아가셨다.
그러나 우린 장례식장에 가지 않았다.
할매의 마지막을 보지 않았다.
살아생전 할매와의 약속이었다.
할매와 엄마의 약속으로 나도 할매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그저 집에서 절에서
할매를 보내드렸다.
부고를 알리는 카톡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그 메시지를 열어보았다가 폰을 집어던졌다.
장녀 이름에 엄마가 아니었다.
손자 손녀 이름에 내 이름이 없었다.
우린 가족도 아니었다.
예전 가족 모임에 큰집 삼촌이 이모에게 우리 가족은 부르지 않았냐고 물어보았을 때 이모는 그리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 가족 아닌데요!"
그렇다 이모는 우릴 가족으로 여기지 않으니
부고 안내장에도 우리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다.
삼촌이 내려와 외갓집 식구들도 오는데 이름은 올려야 한다고 한소리 해서 변경을 했다.
억지로 고쳐서 그런지 엄마 이름만 올라가고
우리 이름은 들어가지 않았다.
사위가 못 된 우리 아빠.
할매는 "우리 사우 왔는가" 하며 반겼는데
이모들은 가족으로 여기지 않으니
우리 또한 이제 이모들은 가족으로 여기지 않으니
상관없다. 하지만 할머니 돌아가시는 마지막 날까지 이러니 속상했다.
엄마의 지인들이 장례식을 찾지 않고
엄마 식당으로 가 엄마를 위로해 주었다.
난 엄마에게 말했다.
"장례식이 뭐가 중요해. 이름 올라가고 안 올라가고 가 뭐가 중요해. 기리는 마음이 중요하지. 할매는 다 알고 있다."
엄마 또한 내 말에 수긍했다.
할매는 다 이해한다.
이제 아픔과 고달픔 없이 평안하시기를 바란다.
칠면조 아빠 밑에서 자란 미운 오리는
돌아가시고도 여전히 미운 오리다.
평생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미운 오리.
잘 키웠다면 백조가 되었을지
제비가 되어 은혜를 갚았을지...
할아버지는 그릇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고
그 밑에 자란 엄마가 가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