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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Aug 18. 2023

"어이" 한마디에 눈물을 쏟았다

그리운 목소리

할매가... 너무 고생이다...할매 손 잡고 싶다.

엄마와 단골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제 막 보험 중개사가 된 사촌과 함께...

그리고 사촌을 도와주시는 보험 설계사 분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바로 준중환자실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 전화가 아닌가.


"할매~" 하며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언제나처럼 반가운 목소리로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 목소리로

"어이~" 하는 게 아닌가!!


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았다.

마주 보고 있던 사촌이 당황했을 거다.


난 더 이상 할머니와 통화할 수가 없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려주기 싫었다.

눈물을 흘리며 냉큼 엄마에게 전화를 전달했다.


티슈로 눈물을 닦으며

할머니 상황을 말하자

마주 보고 앉아있던 사촌과 보험설계사의 눈가도 같이 촉촉해졌다.


안 그래도 카페 오기 전에 할머니 댁에 들렸었다.

그런데 비밀번호가 변경되어 들어가질 못했다.

서러웠다. 수시로 들락거리며 할머니 집인데 왜 못 들어가는 거지?

이모들이 비밀번호를 바꾼 모양이었다.

속상한 마음으로 돌아서 카페에 앉아

웃음도 안 나오던 그때

할머니에게 전화가 오니 기적과도 같았다.

그래서 더 눈물이 쏟아진 거 같다.




할머니는 나에게 있어 상록수 같은 분이다.

언제나 찾아가면 날 반기고 안아주고 어여뻐해 주시는 분...

언제나 포근한 분...

학창 시절에도 지치면 괜히 할머니 찾아가 할머니 품에 안겼다가 집에 가곤 했다.


언제든지 찾아가면 볼 수 있던 할머니가 이젠 병원에 있다.


수술 부위에 물? 이 나와서 꿰매지 못하고 있으신 할머니...


얼마나 아프실까...

그런데도 평소와 같은 통화에 더더욱 보고 싶어 졌다.


요양병원으로 옮기면 뵐 수 있을까...



 1월,

할머니께 화장품 세트를 드리기 위해 찾아뵈었다.


그때 할머니는 서랍에서 주섬주섬 꺼내시며 슬픈 이야기를 하셨다.

"니랑 엄마가 사준 반지다. 너한테 줄게 이거밖에 없다. 니 어릴 때 할매가 진주 목걸이 준다 했는데 집에 도둑이 들어가 다 털리고 너거 이모가 사준 이 진주는 가짜고 금반지 요것들 가져가라. 할매는 올해 가지 싶다."


"할매!! 무슨 쓸데없는 소리고!! 증손녀 초등학교 입학하는 것도 보고 기력 찾아서 맛난 것도 먹으러 다니고 해야지. 안 가져갈 거다."


"그래 알았다. 그라믄 할매한테 무슨 일 생기면 요 놔둘 테니 니가 챙기라. 꼭이다."


"응..."


할머니와의 대화가 생각나 아침부터 할머니 댁에 올라가 본 거였다.


할머니는 조금씩 떠나갈 준비를 하고 계셨던 걸까...


엄마도 어제 할머니 얼마 안 남았으니 나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는데...


그 마음의 준비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이것도 시간이 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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