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후루룩
정 여사
찌적찌적 비 오는 날 이면 엄마의 손이 바쁘다
한참 뛰어놀아야 할 자식들이
처마밑에 옹기종기 앉았다
엄마는
슬그머니 부엌으로 간다
호박 툭툭 썰어 넣고 미리 밀어놓은 칼국수
털털털 털어서 한솥 펄펄 끊으면
후루룩 후루룩
어른도 한 그릇 아이도 한 그릇
양철지붕 뚜두둑 뚜두둑
땀 훔치며 후루룩 후루룩
엄마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아른아른거리는 옛 추억
그 정겨웠던 소리가 사라졌다
뚜두둑 뚜두둑
후루룩 후루룩
비가 오려나 비가 오려나
조용히 추억이 밀려온다
해 저문 석양빛에 서있는 자
누구누구인가
추억은 조용하다
형체도 없이
소리도 없이
내 기억의 영상은 생생하건만
그저 추억은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