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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쉼표,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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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베짱이 Sep 25. 2024

독감은 거미줄을 타고

목구멍으로 몰래 들어온 작은 거미 한 마리

허락도 없이 지어대는 검은 집 한 채

통로를 잠식당한 채 

삐져나오는 마른기침은 

거미가 싸질러놓은 배설가스 


침을 삼키고 물을 마셔도

단단하게 쳐놓은 거미줄에는 

스쳐 지나가는 소나기 같아

오래전부터 거미줄에 걸려 메말라버린

갖가지 사체들이 

일제히

열을 발산한다


38.5   39.1   39.4


느닷없는 거미줄에 걸려

저마다 저항한 흔적

독기처럼 온몸 이곳저곳을 찔러대고

같이 죽자 아우성이다


특공대가 혈관을 타고 침투해

짧고 강렬한 공격을 감행하면

잡아놓은 먹이를 

슬며시 내어 주곤

목구멍 더욱 깊숙이 잠입하는

작은 거미 한 마리


몇 날 며칠을 곰곰이 고민한 흔적들

좀 더 안전한 은신처로 

이사를 가야겠다

냅다, 

조악한 기침에 섞여 탈출을 한다


불청객 거미 떠난

몸둥아리는

깨끗한 피를 수혈받은 미라처럼

가벼워진다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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