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부족

1. 소개

by 고양이집사
저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공동체 문화가 중시되는 한국에서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을 스스럼없이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낯가림이 심해', '내성적이야' 이런 말들은 주변에서 자주 들리는 반면 '나 사회성 부족이야' 이러한 문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앞 예시는 흔한 성격 카테고리 중 하나라서 그럴 수 있지 내지는 어떻게 모든 사람이 외향적이겠어 이해받으나, 뒤에 말은 당사자에게 어떠한 문제로 낙인찍혀 마치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꼴로 받아들여지는 탓이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성 부족한 사람은 왕따, 찐따로 일축된다. 잘못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널리 사용된다. 따돌림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당한다. SNS와 일상적인 대화에서 한 번쯤 보거나 들은 문필이다. 무슨 까닭이든 특정 요인으로 집단에서 배척되는 일은 부정不正한데 개인의 행동이 답답하다, 피해를 줬다, 마음에 안 든다, 그러므로 그런 취급을 받아도 싸다! 어느새인가 이 흐름이 주류로 바뀌면서 불특정 다수가 손가락질하며 피해자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치부를 숨기고 저 멀리 미뤄 돌아보지 않은 채 나는 사회성 좋은데? 내 문제 아닌데? 회피하게 되었다.

자신을 돌아보거나 누가 대놓고 지적하지 않는 이상 나 사회성 부족이구나, 깨닫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도 하다.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발명으로 익명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21세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모여 대화를 하니 금방 친분을 쌓고 두터운 인맥이 생긴다. 현실 친구만 친구야? 가상 친구도 친구지! 얼굴이나 이름 따위 개인정보를 몰라도 누구보다 가까울 수 있고 개중에서는 오프라인 만남 약속을 잡기도 한다. 취미생활이 들어맞으니 말이 끊일 일이 없다. 그렇게 유쾌한 하루를 보내다 집으로 돌아오는 거다. 이제 '어, 나 성격 괜찮네' 싶어 진다. 착각의 굴레에 단단히 빠져든다.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이 헤엄친 공간은 작은 개울 이건만, 물길 한 번 몸 담갔다고 그곳이 바다인 줄 안다.

하나의 평면만 보고 살면 그게 세상의 전부로 보인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뒤에도 자기 할 말만, 자기 좋아하는 얘기만 하는 사람이 딱 이 기준에 부합한다. 그들은 악의를 가지고 당신을 대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친해지고 싶어서, 놀자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동안 만난 사람이 모두 자신과 비슷한 부류라서 당연히 너도 나랑 같은 걸 즐기겠지 생각하고 담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상대방은 네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남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라 대충 대답해 주고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 역효과가 난다. 아 역시 동일 문화를 향유하는구나! 이제 그는 한 학기 내내, 사회생활하는 내내 달라붙어 완전히 미지의 세계 구절을 읊는다. 함께하는 공간에 취미가 유사한 친구가 있다면 서로 편하게 지나가지만, 자랄수록 경우의 수가 줄어든다. 나와는 현저히 다른 무리에 속하게 되고, 바로 거기서부터 잡음이 시작된다. 지금에 와서야 본인이 꽤 큰 소란 덩어리였음을 깨달았다.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대부분이 나를 싫어한 경험이 있는 사람. 뒷담과 이간질이 기본이거나 그랬던 사람.(이건 결코 필자 해당은 아니다. 가까이서 지켜본 시절이 있어 글을 쓴다) 눈치나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 무언가를 깊이 좋아해 주변에 어두운 사람. 누가 나를 미워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 자존심 세우고 이기적인 사람. 내가 어떻게 사회성 부족을 인지하고 고치고 있는지 앞선 유형에 해당하는 이들이 봐주길 바란다. 당신이 나와 비슷하다면 이 과정을 이미 걸었거나 걸을 예정일 거다. 속하지 않더라도 세상에는 생각보다 자신이 사회성 부족인 줄 모르고 있는 이들이 많으니 한 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봐라. 다양한 사람을 겪고, 때로 부딪히고 꺾이며 스스로를 다듬은 경험을 하나씩 풀어보고자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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