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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 Apr 26. 2024

인생은 영웅시대처럼

피케팅.. 아니 효케팅을 아시나요.

난 임영웅의 팬클럽인 영웅시대가 아니다. 양가  부모님들 중에서도  멤버는 안 계신다. 다행인가. 요즘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 구매기간으로 맘카페와 sns가 떠들썩였다. 효켓팅에 승리한 자들의 환호성과 실패한 자들의 원성들로 말이다. 얼마 전 배우 박보영도 효켓팅에 성공했다며 sns를 업로드했었다. 반면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중간에 오류가 나서 실패했다고 원통해했다.  대한민국의 효녀, 효자들을 울고 울리는 임영웅은 실로 대단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이쯤 되면 임영웅은 정말 자신의 처지를 좀 깨닫고 호남평야 같은 곳에 콘서트를 열어야 하는 거 아닌가.

효케팅에 성공한 배우 박보영 @위버스

아이들과 외출하는 길. 늘 그렇듯 핸드폰 속 음악 앱을 켜고 자동차 블루투스와 연결한다. 아이들의 신청곡이 있으면 있는 대로 듣겠지만 대부분은 최근 인기순으로 재생을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큰아이가 좋아하는 걸그룹의 노래가 나오기 때문에 리스트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인기순대로 듣다 보면 중간중간 선호하지 않는 노래가 나오기도 한다. 한두 번쯤은 스킵하면 그만이니 큰일도 아니다. 

엇. 그런데 아니다. 아이가 싫다던 임영웅이다. 걸그룹에 한창 빠져있는 초등 여학생이 임영웅을 좋아할 리가 없지. 너그러운 애미는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한번 스킵한다. 앗. 또 임영웅의 다른 노래다. 또 한 번 스킵. 이럴 수가! 몇 번을 눌러도 임영웅의 다양한 노래들이 주르륵 나온다. 우리 집엔 영웅시대 멤버 하나 없건만 이렇게 인기 노래가 많다고? 



문득 친구가 한 얘기가 스쳤다. 친구의 엄마는 영웅시대이시다. 친구가 어느 날 오랜만에 친정집에 가보니 온통 집이 임영웅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디서 얻은 임영웅의 시디를 들으시라고 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CD로는 노래를 듣지 않으신다고 했다. 아니 왜? 음악 앱에서 스트리밍으로 들어야 순위가 올라가기 때문에 꼭 앱으로 들으신다고 했다. 친구는 그런 어머니의 열정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고. 아마 음악 앱의 임영웅노래의 인기는 이런 영웅시대의 노력 덕분이지 않았을까.

브런치 글을 둘러보던 어느 날. 이번에도 영웅시대가 나타났다. 글을 쓴 작가님의 어머님이 임영웅의 팬클럽이어서 미국 공연을 가시는데 덕분에 작가님이 미국 여행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더 놀라운 건 도착해 보니 다수의 영웅시대들이 모여 있었다는 것.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갓생

신을 뜻하는 영단어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이 합쳐져 남들에게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
출처: 나무위키 사전

한때는 인생 한번 사는 건데 아등바등 열심히 해서 뭐 하나.. 하는 욜로족이 유행인 시절이 있었다. (You live only once. 를 줄여서 YOLO라고 함)

분명 욜로족이 유행이어서 젊은 이들은 정말 한 번뿐인 인생을 즐겁게 살아보겠다며 맛집과, 여가 생활을 즐기는 피드가 열심히 올라오고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새 한 번 사는 인생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이들이 많아지자 갓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독서나 공부를 하고, 투잡을 뛰는 이들도 생겼으며, 물가가 오른 요즘은 도시락이 다시 유행한다고 한다. 오마카세가 지나가고 미리 도시락을 준비하는 밀프랩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6위~44위 사이에 임영웅 노래만 8곡이 랭킹 되어있다. 언빌리버블!

주변의 영웅시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난 감히 따라갈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티켓팅을 하고(물론 효자, 효녀들이 대신하고는 있지만) 본인의 가수를 위해 자료와 굿즈를 모은다. 거기에 선행이야기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현생도 열심히 살면서 영웅시대의 삶도 열심히 살고 있는 그들이야말로 갓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문득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혹은 해야 하는 것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육아를 열심히 했지만 그마저도 아이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서 열심히 했을 뿐 갓생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늦은 밤까지 영상을 보다가 새벽에 잠들기를 일쑤. 그러다 보니 새벽기상은커녕 아이들의 등교시간에 겨우 맞춰 까치집을 한 머리로 아이들을 대충 챙겨 보내는 일상. 이번엔 공부해야지! 라며 야심 차게 샀지만 아직 한 단원은커녕 3페이지만 겨우 넘겨진 영어책들. 

음악앱의 차트를 훑어보다가 음악을 들을게 아니라 반성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롭게 노래나 흥얼거리며 명상에 잠겨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다. 우선 구석 깊숙이 어딘가 나를 외로이 찾고 있을 영어책을 먼저 펼쳐야겠다. 유행을 따라가기에는 조금 늦은 나이일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이런 유행은 좀 따라가도 괜찮지 않을까?

나도 이제 갓생을 살아봐야겠다. 영웅시대 멤버들처럼.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한 것이지만 부모님이 영웅시대가 아니라 참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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