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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 May 17. 2024

견우야! 아니, 아들아! 엄마가 i라 미안해!

엄마는 놀이터가 두렵다. 

30여 년 전, 친구 하나 없는, 우리 집에서 거리가 좀 있는 중학교에 배정받았다. 우리 학교에서 함께 배정받은 친구가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소수였고, 친하지 않았다. 그렇게 중학교에 입학해 보니 근처 초등학교에서 많은 친구들이 배정받았고 그들은 곧 삼삼오오 모여 친하게들 지냈다. 그 속에 난 혼자였다. 그나마 알고 지내던 친구가 한 명 있었으나 그 친구는 곧 다른 친구를 만들어 떠났다. 그렇게 한 학기 동안을 울며 보냈다. 이미 친구가 다 되어버린 아이들 속에서 외롭고 힘들었던 것 같다. 난 왜 이렇게 처음이 어려울까. 그때는 mbti도 잘 모르던 시절. 생각해 보니 내성적인 성격인지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얼마 전


유치원에서 하원한 둘째가 말했다.


‘엄마 나 친구랑 놀이터에서 5시에 만나기로 했어.’



입학하고 1년 동안은 등원할 때마다 눈물 바람이었던 아이다. 제발 유치원만 잘 다녔으면…이라며 소원을 빌었던 적도 있었다. 놀이터에서도 친구들이 한참을 뛰어놀 때 쉽사리 끼지 못하고 쭈뼛쭈뼛 주변을 맴돌아 내 속을 태웠었는데 이제는 먼저 나서서 친구들과 놀고 싶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며, 이 얼마나 커다란 성장인가.

아이가 이만큼이나 자랐구나 신기함과 동시에 유치원생이 약속이라고? 반신반의다. 고작 7살들이 나누는 대화가 얼마나 진솔하겠으며, 얼마나 정확했겠나 싶었다. 네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콧물이 나니 병원부터 가자.

동네 소아과를 가려면 놀이터를 지나야 한다. 병원 가는 길에 둘러보니 놀이터에 친구 한 명이 놀고 있다. 정말 약속 지키려고 나온 건가?  친구의 엄마에게 여쭈니 애들이 약속했다고.. 그래서 나온 거라고 웃으신다. 아.. 이 꼬맹이들이 했던 약속이 진짜였구나.

집에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요즘의 날씨

그날부터였나. 아이는 일주일에 4일 이상을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각자 스케줄에 맞춰 놀이터에 모이는 것이다. 하… 각자 비눗방울 같은 장난감도 하나씩 챙겨서 모인다. 그래야 싸우지 않고 같이 놀 수 있다.. 모이면 별로 하는 건 없다. 여느 남아들이 놀듯 이유 없이 뛰기, 버블건으로 총싸움 하기, 색종이 접어 던지기 등… 어른들이 보기에 시답잖은 놀이지만 아이들은 한없이 즐겁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수록 더 신나 보였다. 

그래 네가 행복하면 되었다.

는 개뿔… 나는 뜨거운 햇빛아래 아무리 챙이 큰 모자를 써도 얼굴이 타는 것 같다. 이러면 기미가 더 올라오는데… 덥고… 지친다. 집에서 시원하게 아이스커피나 한잔 했으면. 저녁반찬은 또 뭘 하나 온갖 잡생각이 다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은 서먹한 아이 친구들의 엄마, 아빠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힘들다. 아이들은 같이 놀고 있는데 엄마들은 멀뚱히 서있을 수만은 없다. 인사라도 나눠볼까. 무슨 대화로 시작을 해야 하나.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은 외향적으로 변한 것 같은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게 안정적일 줄 알았는데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은 끊이질 않는다. 더욱이 아이들이 껴있는 학부모들이라면 더 조심하게 된다. 행여라도 내 아이가 흠잡히지 않을까, 이상한 소문이라도 돌면 어떡하지. 쓸데없는 걱정들이 더해지게 되는 것이다.

by unsplash

날씨 맑은 오후.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놀이터로 향했다. 오늘은 나도 포기.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하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스케일이 다르다. 아이와 약속한 친구 말고도 대여섯 명이 더 있다. 이 놀이터가 이렇게 핫한 곳이었나? 안면이 있는 아이 친구들의 엄마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어색한 미소로 벤치에 앉는다. 이미 아이는 왁자지껄 친구들 무리로 사라진 지 오래. 나를 제외한 엄마들은 삼삼오오 담소를 나눈다. 내가 모르는 대화를 하고, 내가 웃을 수 없는 말들을 나눴다. 그들도 얼굴도 모르는 나에게 갑자기 다가와서 일상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겠지.  아마 무인도에 홀로 있어도 이만큼 외로울까 싶다. 어서 빨리 시간이 지고, 해가 져서 아이들이 흩어졌으면. 그러기엔 아이는 또 친구들과 너무 잘 뛰어놀고 있어 서둘러 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친구들과 잘 뛰어노는 아이는 죄가 없다. 다만 이 상황이 힘든 이 어미의 잘못일 뿐.




어릴 때부터 새 환경과, 새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웠다. 새 친구들을 사귀려면 한 달은 걸렸다. 반면 한번 맺은 관계는 오래갔다. 지금도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다 오래된, 묵은지 같은 친구들이 곁에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위안 삼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묵은지 같은 친구들 뿐만 아니라 샐러드 같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쑥스럽다고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 집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아들아 조금만 기다려줘. 엄마도 노력해 볼게. 일단 너라도 먼저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지내고 있어!


그런데 아이친구 엄마들과는 어떻게 친해지나요? 하루아침에 성격을 바꿀 수도 없고.. 참...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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