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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 Jul 12. 2024

내가 불안했던 이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20년은 족히 넘은 동네다. 뭐 20년 넘은 아파트가 대한민국에 한둘이냐 그 정도면 젊은 아파트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특징이 하나 있다면 근처 다른 단지들보다 어르신들이 많이 있다는 것쯤. 어떤 연유에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젊은 시절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느라 복잡한 서울에서 살다가 자녀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금전적으로, 심적으로 여유를 갖고 싶어서 온 어르신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동네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산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한적하다. 조용하고 소란스럽지 않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동네를 다니다 보면 손주 생각 때문인지 다들 귀여워해 주신다. 참 살기 좋은 동네.


얼마 전 어느 맑은 날 우리 동네에서 올려다본 하늘

얼마 전 아파트 커뮤니티를 보았는데 어린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살았다는 한 청년의 글이 있었다. 물론 아파트의 이런저런 장점들. 자신은 꼬마부터 살았는데 이제는 청년이 되었다는 이야기. 참으로 훈훈한 스토리다. 하지만 그 청년이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신이 꼬마일 때 옆집 아저씨, 아줌마가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셨다는 것. 어르신들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다는 것, 나 역시 공감 가는 이야기가 있다면 큰아이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 옆 동에 같이 셔틀을 타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집은 우리 동네가 아니었으나 맞벌이인 부모님 때문에 주중에는 할머니댁인 여기서 유치원을 다니고 거의 주말에 집에 갔다 오는 식이었다. 그래서 난 그 친구의 엄마아빠는 모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와 인사를 하게 된 사이였다. 친구는 유치원 졸업 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본인의 집으로 가게 되었고, 여기에는 친구의 할아버지, 할머니만 남았다. 그 노 부부는 여느 노부부가 그렇듯 알콩달콩한 면은 없었으나 늘 함께 다니셨다. 걸어서는 꽤나 먼 거리에 있는 마트도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것을 종종 보았다. 힘드실 텐데 대단하시다. 꽤나 보기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할아버지가 안보이셨다. 자주는 아니어도 늘 두 분이 함께 다니는 것만 봤는데 왜 할머니 혼자 다니시지. 처음 한 두 번 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 번째부터는 왜인지 내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간혹 자주 뵙던 어른들이 며칠 안 보이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라서 그런지 요양원셔틀보 많이 보이긴 하지만 구급차도 가끔 보인다.  


삐뽀삐뽀


구급차는 삐뽀삐뽀 사이렌을 울린다는데 사이렌이 울리지 않는 걸 보니 위급한 일은 아닌가 보다. 다행인가.


photo by unsplash

시간은 흐른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나도 어른이 되었고, 청년일 줄만 알았던 우리 부모님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 이웃집 할머니는 흰머리가 더 늘어난 것 같고,  옆 동 할아버지의 걸음은 더 느려지신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이 크는 걸 보는 것은 흐뭇한 일이지만 동시에 주변 어른들이 나이 들어가는 걸 보는 것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참으로 공평하게도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이고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꼭 겪게 되는 죽음이지만 할 수 만 있다면 최대한 미루고만 싶은 마음이다. 그것도 건강하게.

동네 어르신들의 안부를 나 혼자 조용히 걱정하던 어느 날 늘 혼자이셨던 아이 친구의 할머니를 보게 되었다. 오늘도 혼자이신 걸까. 그런데 그 뒤에는 할아버지가 뒤 따라오셨다. 그동안 아프셨던 걸까. 못 본 사이 얼굴이 더 늙으신 것 같았다. 하지만 외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건강한 모습이셨다. 시간이 지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셨지만 나 혼자 속으로만 엄청 반가웠다. 


그리고 참으로 다행이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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