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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 Jun 21. 2024

녹색어머니와 초록마을의 상관관계는?

우리 집 막둥이자 귀염둥이 역할을 맡고 있는 둘째는 아침잠이 많다. 그래서 깨우는데만 30분, 아침 식사를 하는데도 30분이 걸린다. 다시 말해 매일 유치원을 등원하기 위해서는 도합 1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만간 큰 아이 학교에 녹색어머니회 활동이 있다. 8시 반 이전에는 둘째를 등원시켜야 하는 미션이 생겼다. 마음이 조급해져 왔다.


아이에게 며칠 전부터 계속 몇 밤만 자면 엄머 녹색어머니회 가야 하는 날이라서 일찍 일어나서 1등으로 등원해야 한다고 주입시켰다. 아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 초록 어머니가 뭐야?

응? 역시 막내라 그런가 뭘 해도 아직 귀엽다.

-응.. 누나 형아들 학교 갈 때 차가 많아서 위험할 수 있으니까 엄마, 아빠들이 돌아가면서 지켜주는 거야.

알아들은 걸까.


그렇게 며칠을 주입시킨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등원준비 중인 아이에게

-엄마 두밤만 자면 어디 간다고? 녹색 어머니회! 그러니까 일찍 일어나서 유치원 일찍 가야 해!

아이는 끄덕거리더니 역시 30분을 천천히 밥을 먹는다. 이쯤 되면 이미 위에서 할 일이 없어질 만큼 입에서 이미 아밀라아제로 소화를 다 시킬 정도. 그러더니 아이는 대뜸

어쨌든 올해 녹색어머니 봉사는 끝! 

-엄마 그래서 초록마을 언제 간다고?


초록마을? 식재료를 사러 초록마을 마트에 간 적은 있었지만 갑자기 이렇게 뜬금없이 대회에 등장한다고? 아이의 생각을 추론해 보니


녹색어머니회 - 초록 어머니- 그리고 결국은 초록마을까지.


자신도 말해놓고 아닌가 싶었는지 배시시 웃어 보인다. 아…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침부터 거북이보다, 아니 나무늘보보다 더 여유 있는 아이를 보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찰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덕분에 샤우팅이 아닌 깔깔 거리며 웃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소소한 행복. 별거 아닌데 나중에 이 아이가 커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갈 그날 꺼내보려고 기록으로 남겨본다. 


조만간 초록마을에 한번 들러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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