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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 Sep 06. 2024

꼰대는 아니지만 라떼를 찾습니다.

꼰대
어원 :프랑스 백작 ‘conte’를 가리키는 말로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들이 잘난척하며 자신을 지칭하는 말로 일본어 발음 ‘콘테’라고 부르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함.
출처: 통계청 블로그



어떤 말에서 유래되었던 상관없이 꼰대는 요즘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 본인의 화려했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며 젊은 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려고 할때 불리는 용어가 아닐까.


라떼는 말이지~내 과거를 풀자면 나 역시 젊은 시절에는 건강을 자신했었다. 특히 유독 아픈 곳이 많았던 엄마가 건강에 관심이 많으셔서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의 중요성과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자주 설파 하셨다. 당연히 젊었고, 아픈 곳이 별로 없었던 나는 그 말이 귀에 들어 올 리가 없었다. 역시 엄마는 시간이 많은가 보다. 저런 것까지 신경 쓰다니. 지금 아픈 데도 없는데 저렇게 까지 영양제를 챙겨 먹고 신경 쓸 시간이 어딨단 말인가. 시간이 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놀아야 하는데 말이지.

한 모금 마시면 마음이 따스해지는 라떼지만 요즘은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쓰이고 있는 듯. by pixabay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렀고 우리 엄마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어느덧 마흔을 넘어버린 청년이라고 끝까지 우기고픈 중년의 초입에 살짝 발을 디뎠다. 그 누가 말했는가. 마흔부터는 정말 다르다고. 마흔이 되고, 마흔 하나가 되어도 난 별 다르지 않았다. 역시 난 건강한가 보군! 하지만 어른들은 말했지. 입조심하라고.

마흔 하나가 되고 곧이어 마흔둘이 되었다. 하나둘씩 몸이 삐걱대기 시작한다. 갑자기 어질어질. 왜 이러지. 믿을 곳은 인터넷과 맘 카페. 검색을 해보니 이석증과 비슷하다.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선생님이 진료실 한편에 있는 침대에 누우란다. 그러더니 내 얼굴을 확! 잡고선 이리 홱! 저리 홱! 돌리신다. 헉! 의사가 되려면, 특히 이비인후과의사가 되려면 두뇌뿐만 아니라 힘도 좋아야겠다고 느끼는 순간.

얼마 전 친구들을 만났다. 한 친구가 요즘 들어 팔이 간지럽다며 스윽스윽 긁고 있다. 어랏! 갑자기 나까지 간지러워지는 기분. 둘이 함께 팔뚝을 열심히 긁는다. 스윽스윽은 곧이어 부욱부욱이 되었다. 나머지 한 친구가 너희 둘이 왜 그러냐며 웃는다. 실은 나도 며칠 전 온몸이 간지러워 알레르기약을 처방받은 적이 있었다. 친구도 알레르기 약을 복용 중이란다. 이토록 알레르기스러운 우정이라니. 결론은 면역이 약해서라는데, 약만으로는 안된다고 한다. 중요한 건 면역력. 면역력은 쉬어야 한다는데… 친구나, 나나, 애 둘을 기르는 입장에서 쉴 시간이 있을 턱이 없다. 결론은 매년 환절기가 되면 약을 먹으면서 벅벅 긁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 면역력은 언제쯤 높일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 시간의 여유가 있어 좀 자유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나이가 들면 들 수록 더 바빠져야 한다. 한알씩 복용하던 영양제는 이제 밥보다 더 많이 먹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린 시절 밥 먹기 귀찮아서 한알만 복용해도 배가 불려지는 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영양제로 배를 채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하던 방향은 아니었으나 소원은 이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물 한잔과 유산균을 먹는다. 이제 식후에 효소가 빠지면 소화도 안된다. 예전에 기침이 오래되어 감기인 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내시경 카메라로 내 후두를 막 쑤셔서 보셨던 의사 선생님은 위가 안 좋아서라고 진단을 내리셨다. 네? 기침인데 위가 안 좋다고요? 원래 떡볶이를 철근같이 씹어먹고, 소회기에는 문제가 없던 저였는데요? 역시 세월은, 그리고 노화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 이후로 위에 좋다는 온갖 약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약 추가. 늘 피곤하고 힘들다. 게다가 애들이 방학까지 했으니 내 몸이 우선. 종합 비타민 추가. 여기에 오메가 3 등등 여러 가지 영양제를 추가하다 보면 영양제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밥 안 먹어도 배불러요! ㅠㅠ by pixabay

그리고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함부로 켜지 않을 것.  어느 평범한 날이었다. 늘 그렇듯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기지개를 쭉 펼치고 일어나려는 순간,  어랏. 다리에 쥐가 났다. 다리가 찌릿찌릿. 기분이 나쁜 느낌이다. 한참을 끙끙대다가 종아리에 난 쥐가 다 풀려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샤워를 한다. 등도 깨끗이 씻어야지 하면서 팔을 뒤로 뻗는 찰나. 팔에 쥐가 났다.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은 흔히 겪어 본 일이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일인지 알았으나 샤워하다 팔에 쥐가 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었으리라. 서럽고, 서럽다. 나이를 먹는 것도 서러운데 이제는 팔에 쥐가 나는 것까지 신경 쓰면서 샤워를 해야 하다니. 기지개와 샤워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함부로 팔을 제쳐서 등을 긁어서도 안되고, 무리해서 멀리 있는 물건을 잡으려고 해서도 안된다. 하나라도 덜 신경 쓰려고 애를 쓰며 살고 있지만 오히려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겨울에도 얼죽아를 찾던 나였는데 이제는 앉았다 일어나기만 해도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엄마는 왜 그럴까..’는 ‘엄마도 그랬겠구나..’가 되었다. 지금 건강을 자신하며 자신의 몸을 마구 소비하는 젊은이 들이여. 이 언니도.. 아니 이 이모도 라떼는..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일장 연설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 가지, 건강은 꼭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슬프게도 건강과 젊음은 영원할 것 같지만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도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글을 마무리하며 기지개를 켜본다.

반갑지 않은 소리가 난다. 


우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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