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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알레르기 때문에 출근도 못한 아빠 집사

고독한 싸움을 하는 아빠

by 필명이오

연초부터 우리 아빠의 알레르기 반응이 급격히 심해졌다. 우리가 관리를 절대 소홀히 하지 않았음에도, 아빠는 자다가도 기침을 토해내며 집에서 충전되는 기분을 못 느끼고 있다.


나도 그 기분을 잘 안다. 중학생 때 원인 모를 기침과 오한에 두 달이나 시달렸다. 아빠처럼 자다가 기침 때문에 깨서 배가 땅겼고, 교실에서 트는 냉방에 나는 오한으로 벌벌 떨며 시험까지 쳤다.


내 겨울방학에 맞춘 중성화 때문에 우리 집에 살다 회사로 다시 간 고양이들 때문인가 싶어 알레르기 검사를 해봤다. 진드기 모든 항목과 개 알레르기에 해당됐다.


그중에서 진드기 Df는 6단계, 수치도 최고인 100(IU/mL)! (내 수능 한 과목당 원점수로 바꾸고 싶다.) 내과 원장님께서 내 증상에 진드기 영향도 있고, 개 알레르기임에도 고양이한테 교차 반응이 일어나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수박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토마토를 먹어도 그런 반응이 올 수 있다고 하셨다.


월요일 부모님 출근 직후부터 오후 2시까지 안방 청소에 몰두했다.


지금은 고양이들이 침실에 못 들어가지만, 집에 와서 적응할 때는 애들이 자유롭게 다녔다. 그래서 여러 사고가 터졌다… 그중에서 전설적인 상황은 안방에서 첫째와 막내가 싸우다가 너무 놀란 첫째가 물초코를 분사하는 바람에 안방 침대와 커튼을 버렸다.


커튼은 새로 달았지만, 침대는 당장 안 사고 싶다는 결론이 나서 엄마와 아빠는 바닥에서 잔다. 거실에 깔려 있는 것과 똑같은 4단 매트 2장을 붙이고, 얇은 매트리스를 깔고, 이불을 몇 개 더 깔아서 만든 이부자리. 청소 시작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일단 모든 이불을 세탁했다. 세탁기에서 하나 끝나면 건조기로 옮기고, 다른 하나를 세탁기에 넣는 무한 반복. 이불이 돌아가는 동안 집 전체적으로 청소기-밀대-공기청정기 필터 세척을 하며 잠시도 쉬지 않았다. 필명25는 결벽증이 있어서 청소 시작만 하면 한참 걸린다.



먼지통을 비우며 여기저기 분리해봤더니 연장관까지 고양이털로 꽉꽉 찼다. 이게 우리 몸이라 생각하면 아빠는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단 말인가.


청소하는 중간중간 엄마와 통화도 했다. 월요일 새해 첫 출근부터 아빠는 일은 무슨 일상생활조차 안 될 정도로 기침이 심했다고… 아빠는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라 급한 대로 차 뒷좌석에서 새우잠을 잤다. 엄마는 일하다가도 아빠가 혹시 쓰러지지는 않았을까 주차장을 왔다 갔다 했다.


청소를 열심히 했으니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빠는 밤새 더 아팠다. 컴퓨터방과 거실에서 기침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내가 먼저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엄마 아빠는 내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고양이들을 회사에서 키웠을 것이다.


특히 화요일에 너무 아파서 출근을 못할 정도라 엄마 혼자 출근했다. 출근 준비하는 엄마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


“엄마, 회사에 고양이 셋 다 키울 공간은 있어?”


엄마는 아빠한테 줄 꿀물을 휘저으며 내 눈을 어렵게 마주했다.


“공간은 충분한데… 니가 슬프지 않겠나?”


내 예상대로다. 엄마 아빠도 생각은 했지만 저 상태에 이를 때까지 나에게 말을 못 꺼낸 것이었다.


“지금 그것보다도 아빠가 힘들어 죽는 게 문제지. 항원-항체 반응은 항원에 노출될수록 심해진대. 아빠 저러다가 만성으로 큰 병 생기고 나면, 그때는 고양이를 분리해도 효과가 없어. 평생 천식을 달고 살아야 할 수도 있대.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도 중학생 때 겪어 봤잖아. 내가 봐도 아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이야. 이미 약으로 몇 달을 버텼어. 나는 정말 괜찮아. 보고 싶으면 회사 같이 가면 되고, 원래 그런 환경에서 컸던 애들인데 뭐. ㅇㅇ(막내냥)이도 밖에 구경 못 하니까 몸에 털이 다 끊길 정도로 그루밍 중독이잖아. 이제 가정집에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얘들도 그 생활이 그리울 거야. 그러니까 아빠랑 잘 얘기해서 빨리 결정하자. 아빠 회사에서 일도 해?”


“가끔 해.”


“저렇게 아파서 일을 어떻게 해?”


“그러게. 큰일이다. 기침이 안 나올 정도로 아파서 억-억- 소리 내더라.”


엄마가 2~3달에 한 번 대학병원 신장내과 진료만 겨우 다녀올 정도로 바빠서 알레르기 검사는 못 했지만, 엄마도 고양이 알레르기 맞는 것 같다. 아빠만큼 기침이 심하지는 않지만, 엄마는 피부 쪽에 반응이 있다. 자다가도 옷 사이에 있는 고양이 털이 소름 끼치게 가려워서 깨고, 머리맡에 항상 알로에 로션을 두고 바른다.


담당 교수님께서 항상 감염을 조심하라 당부하시니, 반려동물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모든 게 다 내 욕심 때문에 생긴 일 같았다. 고양이들이 갑자기 우리 집에 올 수밖에 없던 상황이 내 잘못이 아닌 걸 알지만, 그래도 내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 결자해지. 나 밖에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빠, 자?”


아빠는 이불을 감싸고 힘겹게 앉아서 비몽사몽 하고 있었다. 바로 누우면 숨이 막히니 그런 것 같다.


“아니, 왜?”


“아빠, 고양이들 회사 데려가자. 아빠 그러다가 정말 큰일 나.”


“으으응~ 됐어. 춥다. 문만 닫아.”


집 앞 병원도 못 갈 정도로 아픈데 어떤 정신으로 버티는지 모르겠다. ㅇㅇ삼촌이 말했던 것처럼 엄청난 탱커(공격수들 틈에서 몸빵으로 버티는 캐릭터)다. 원래 아빠는 본인만의 생각이 확고하다. 아무도 말릴 수 없다. 가족이 알레르기로 고생하면 보통, 고양이를 그래도 키우려는 자와 고통받는 자가 싸우는데, 아빠는 고통받는 입장이면서 주변에서 회사로 옮기면 되지 않냐고 해도 끝까지 집에 두자고 한다. 이 결정도 마지막에 아빠가 회사로 데려가자고 해야 완벽하게 끝낼 수 있다.


엄마를 배웅한 뒤에, 거실에서 집안일을 하며 혹시 아빠의 상태가 응급까지 갈지 신경 썼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물이 줄줄 새는 바가지라면 수도꼭지부터 잠그고 수습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계절마다 털을 뿜어대는데, 알레르기 4단계… 아빠가 사회인으로서는 둘째 치고, 그냥 인간으로서 의식주도 이어나가기 힘들 만큼 감당할 수 없다.


아빠가 말은 괜찮다고, 고양이 다 그대로 두라고 말하지만… 아빠 옆에 자는 엄마도, 거실에 있는 나도, 아빠가 기침을 할 때마다 쓰러질까 봐 깜짝 놀란다. 우리 가족이나 회사분들이 지켜봐도, 아빠의 면역력은 이미 한계다. 여러 가지로 몸이 혹사당하고 있다.


1. 처방약을 먹기 시작할 때 했던 알레르기 검사에서 지금 상황과 관련 있는 항목만 봐도 위험하다.

4단계: 고양이, 집먼지 진드기

3단계: 개, 진드기 Df, 수중다리 가루 진드기

2단계: 진드기 Dp, 저장 진드기

딸은 개 2단계라서 이번에 데려왔을 때 맑은 콧물 2주 정도에서 끝났지만, 아빠는 직접적으로 고양이 항목에 해당된다.


2. 환절기에 비염 때문에 기침을 원래 했다.

그래서 알레르기 초기에 고양이가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3 아빠는 30년 이상 담배를 피웠다.

50대 중반이니 흡연 경력으로만 따져도 위험하다.


4. 갑자기 목에 타석이 생겼다.

아빠가 며칠 전 턱 밑이 부어올라서 병원을 또 갔더니 아직 작은 타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부부는 닮는다고, 엄마도 몇 년 전 같은 위치에 타석이 생겨 대학병원에서 수술했다.)


5. 최근 임플란트 수술도 여러 개 했다.

수술 후 며칠은 미관상의 이유 때문에 보형물을 꽂아둬서 그쪽으로 씹는 힘이 가해지면 안 됐다. 식사를 제대로 못 했으니 영양 공급이 됐을 리가 없다.


6. 몇 년 전부터 건선 때문에 치료용 크림을 바르고 있다.

군데군데 빨갛게 부어 오른 피부에 하얀 각질이 심했다. 지금은 아물어서 갈색 딱지처럼 편했지만 여전히 시트에 피가 조금씩 묻어 나올 정도로 피부가 노출되어 있다. 각질이 진드기의 먹이가 되고, 피가 묻어나는 상처 사이사이로 고양이 털이 직접 닿는 상상만 해도 아빠가 힘들어 보인다.


지금 이 기조대로 간다면 집이 아니라 회사에서 키우는 방향으로 환경은 조정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도 우리 세 마리를 끝까지 책임질 것이다. 몇 년 전 우리에게 갑자기 다가온 고양이 한 마리에서 시작된 일이지만, 우리 가족으로 살았으니 얘들은 꼭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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