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양이랑 아바타 샤헤일루 놀이하기

아바타 후유증

by 필명이오


아바타 세계관에 빠져서 고양이들한테 샤헤일루(머리 촉수를 연결하는 교감)를 시도하니 엄마의 억장이 와르르맨션이었다.


“ㅇㅇ(둘째냥)! 우리 샤헤일루 하자. 근데… 고양이는 샤헤일루를 꼬리에 할까? 수염에 할까?”




“영화 몇 번 보더니 아가 미쳤네. 니 사이비가?”


“엄마! 사이비 아니고, 판도라 행성에는 에이와라는 영적인 존재가 있어요. 그리고 나비족은 생명체나 생명의 나무에 머리 촉수를 연결해서 교감하고 그런 게 있어. 그러게 나랑 같이 보자니까.”


“영화관 갈 시간이 어딨노. 그리고 난 그런 거 무서워서 안 본다.”


“아바타 안 무섭다니까.”


며칠 전 엄마 아빠가 새 이불을 사러 갔을 때 나를 위한 거북이 베개를 사 왔다. 마침 아바타2는 바다 배경이라 거북이 비슷한 ‘일루’라는 동물이 멧케이나족 이동수단이다. 그래서 얘 이름을 ‘일루’라고 지었다. 21살 먹은 삼수붕어가 거북이에 머리카락을 연결하니 엄마의 억장은 형체조차 남지 않았다.


“일루야, 일루와.”


“XXXXXX. 저, 저, 다 큰 게 뭔 XX이고.”


“일루야, 샤헤일루.”


“이 XXX 것. 집에만 있더니 돌았나.”




여담으로 필명25의 이부자리에 어떤 쿠션이 있는지 살펴보자.


(중간에 인형보다 더 인형 같은 내 새꾸가 숨어있다.)


1. 중학생 때 친구 A(수험일기 20032023 서두 그 친구)가 생일선물로 사준 크루아상 인형

크루아상이니까 이름은 ‘아상이’. 밤에 억지로 공부할 때 끌어안고 울어서 엄마가 ‘눈물 젖은 빵’이라고 했었다.


2. 재수 수능을 앞두고 또 친구 A가 사준 춘식이 행운쿠션

요즘 자존감이 너무 낮아져서 자고 일어났을 때, 저 문구를 따라 읽는다. “나는 짱~! 짱, 짱, 잘했어요!”


3. 납작해진 거북이 인형 ‘일루’

아이패드로 아바타 영상을 챙겨 볼 때, 깔고 앉으면 몰입감 최고.





한참 놀다가 아바타2에서 키리가 의식을 잃었을 때 멧케이나의 차히크 로날이 했던 의식이 생각났다. 샤헤일루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자고 있는 고양이를 깨우는 의식도 해보았다.


도구 출처는 우리 고양이수염. 세 마리라서 대부분 누구의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가끔 알 수 있을 때도 있다. 해먹에 한 마리가 계속 있었는데 내려오자마자 발견한 수염이면 이름과 날짜를 따로 표시한다.



“싸울라~~ 마 에이와 싸움마~~ 마 에이와”



(혹시 수염 끝에 피부가 닿아서 따가울까 봐 털에만 살짝 닿도록 했다.)



일어나라 훕! 훕! 훕!



“뭐하냥?”


“야, ㅇㅇ(첫째냥), 뭐 저런 개집사가 다 있노? 그자? 내가 낳았지만 이해가 안 된다.”



냥의 길은 시작도 끝도 없다.

고양은 당신 주변과 당신 안에 있다.

고양은 당신의 집이다.

태어나기 전에도, 죽고 나서도.

고양은 주고, 고양은 가져간다.

냥은 모든 것을 연결한다.

삶과 죽음

어둠과 빛

<냥바타: 묘의 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