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후유증
아바타 세계관에 빠져서 고양이들한테 샤헤일루(머리 촉수를 연결하는 교감)를 시도하니 엄마의 억장이 와르르맨션이었다.
“ㅇㅇ(둘째냥)! 우리 샤헤일루 하자. 근데… 고양이는 샤헤일루를 꼬리에 할까? 수염에 할까?”
“영화 몇 번 보더니 아가 미쳤네. 니 사이비가?”
“엄마! 사이비 아니고, 판도라 행성에는 에이와라는 영적인 존재가 있어요. 그리고 나비족은 생명체나 생명의 나무에 머리 촉수를 연결해서 교감하고 그런 게 있어. 그러게 나랑 같이 보자니까.”
“영화관 갈 시간이 어딨노. 그리고 난 그런 거 무서워서 안 본다.”
“아바타 안 무섭다니까.”
며칠 전 엄마 아빠가 새 이불을 사러 갔을 때 나를 위한 거북이 베개를 사 왔다. 마침 아바타2는 바다 배경이라 거북이 비슷한 ‘일루’라는 동물이 멧케이나족 이동수단이다. 그래서 얘 이름을 ‘일루’라고 지었다. 21살 먹은 삼수붕어가 거북이에 머리카락을 연결하니 엄마의 억장은 형체조차 남지 않았다.
“일루야, 일루와.”
“XXXXXX. 저, 저, 다 큰 게 뭔 XX이고.”
“일루야, 샤헤일루.”
“이 XXX 것. 집에만 있더니 돌았나.”
여담으로 필명25의 이부자리에 어떤 쿠션이 있는지 살펴보자.
(중간에 인형보다 더 인형 같은 내 새꾸가 숨어있다.)
1. 중학생 때 친구 A(수험일기 20032023 서두 그 친구)가 생일선물로 사준 크루아상 인형
크루아상이니까 이름은 ‘아상이’. 밤에 억지로 공부할 때 끌어안고 울어서 엄마가 ‘눈물 젖은 빵’이라고 했었다.
2. 재수 수능을 앞두고 또 친구 A가 사준 춘식이 행운쿠션
요즘 자존감이 너무 낮아져서 자고 일어났을 때, 저 문구를 따라 읽는다. “나는 짱~! 짱, 짱, 잘했어요!”
3. 납작해진 거북이 인형 ‘일루’
아이패드로 아바타 영상을 챙겨 볼 때, 깔고 앉으면 몰입감 최고.
한참 놀다가 아바타2에서 키리가 의식을 잃었을 때 멧케이나의 차히크 로날이 했던 의식이 생각났다. 샤헤일루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자고 있는 고양이를 깨우는 의식도 해보았다.
도구 출처는 우리 고양이수염. 세 마리라서 대부분 누구의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가끔 알 수 있을 때도 있다. 해먹에 한 마리가 계속 있었는데 내려오자마자 발견한 수염이면 이름과 날짜를 따로 표시한다.
“싸울라~~ 마 에이와 싸움마~~ 마 에이와”
(혹시 수염 끝에 피부가 닿아서 따가울까 봐 털에만 살짝 닿도록 했다.)
일어나라 훕! 훕! 훕!
“뭐하냥?”
“야, ㅇㅇ(첫째냥), 뭐 저런 개집사가 다 있노? 그자? 내가 낳았지만 이해가 안 된다.”
냥의 길은 시작도 끝도 없다.
고양은 당신 주변과 당신 안에 있다.
고양은 당신의 집이다.
태어나기 전에도, 죽고 나서도.
고양은 주고, 고양은 가져간다.
냥은 모든 것을 연결한다.
삶과 죽음
어둠과 빛
<냥바타: 묘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