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냉방비 최대 50,000원
우리 외삼촌 No.4(40대, 수도권 버스기사)한테 전화가 왔다.
“어~ 삼촌!”
“오~ ㅇㅇ(필명25)씨, 지금 뭐 해.”
“엄마랑 유퀴즈 보고 있지. 삼촌 퇴근해?”
마침 이날 주제 중 ‘강아지vs고양이’가 있어서 엄마랑 웃으면서 봤다.
“아니, 이제 공항이야.”
“오늘 막차야?”
“그전에 차.”
“아직 일하는구나. 안 그래도 삼촌한테 물어볼 거 있어. 우리 집 이번에 난방비 30만 원 나왔다?”
“어이구, 야! 내가 저번부터 말했지. 니처럼 겨울에 반팔 입고 보일러 쌩쌩 돌리면 안 돼. 그러니까 난방비 폭탄 맞지.”
“나는 이불 덮으면 되는데, 우리 고양이들 때문에 어쩔 수 있나~”
“야, 나도 고양이 키워봐서 아는데 무슨. 고양이들은 생존 본능 때문에 추우면 즈그들끼리 알아서 따뜻한 곳에 들어 가. 숨숨집이랑 담요 놔줬으면 상관없어.”
“아우, 그래도 애들이 춥다고 식빵 굽는데, 귀 끝도 만져보면 차갑고 외면할 수 있나~”
(막내 춥다옹. 노숙자도 아니고 박스 안에서 이게 뭐냐옹.)
“에이, 그렇게 따지면 밖에 길고양이들은 벌써 얼어 죽었겠다. 걔들도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어.”
“얘들은 보일러 맛을 보더니 현장에 살던 초심은 다 잃어버렸어. 어떻게 춥게 지내.”
“우리 집을 봐라. 어린이집 다니는 애가 둘인데 난방비 13,000원 밖에 안 나온다. 많이 나와봐야 15,000원! 이번에는 니 와서 20,000원 나왔지만. 그때 그 방만 26도 했나?”
“응? 24도? 25도쯤 아니었어? 나 2박 3일 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많이 나왔어?”
“어~ 우리는 그렇게 틀 일이 없잖아.”
“그래… 비결 좀 알려줘 봐. 집에서 난방비만 축낸다고 엄마가 고양이랑 나를 당장 쫓아낼 것 같아.”
“일단 니는 우리 집에 있을 때 직접 봤지만, 집에서 반팔 반바지만 입잖아. 근데 요즘은 내복이 얇은데, 안쪽에 기모 달려서 부드럽고 따뜻해. 니가 생각하는 그런 감촉이 아니야. 그러니까 옷차림부터 바꿔.”
“어/어\어/(경상도 사람들은 다 아는 높낮이). 나는 긴바지 입으면 피부 빨갛고 간지러워. 절대 못 입어.”
“야, 그렇게 따지면 니 외출할 때 긴 옷은 어떻게 입냐?”
“나 그래서 청바지도 못 입잖아. 피부에 최대한 안 닿는 트레이닝복 입지.”
“내가 뭐랬어.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항상 말했지.”
“어, 어, 그거야! 사람은 다 적응해. 그거 한 겹 입는다고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답답하지도 않아. 엄청 편해. 애기들도 내복 입고 있잖아.“
“ㅇㅇ(둘째, 4살)이는 조끼도 입었던 것 같은데.”
“응. 입혔어. 그리고 우리 집 난방 철학은 딱 한 가지야. ‘사람이 있는 방만 최고 22도’로 맞추기.”
“에? 22도?”
“그것도 사람이 있는 방만. 우리 팬트리 쪽은 안 틀어. 너무 안 돌려서 혹시 얼까 봐 가끔 틀어.”
“아, 거기가 애들 놀이방이지?”
“어. 장난감 놔두는 방.”
“그렇게 추워서 어떻게 살아.”
“야, 니 여름에 에어컨 몇 도에 맞춰?”
“한… 24도?”
“니 엄청 세게 틀지 않았어?”
“요즘은 나도 늙어서 저질체력이야. 그렇게 세게 못 돌려. 에어컨 틀고 자면 온도를 내릴수록 고양이들이 춥다고 내 가랑이로 들어와서 오히려 더워.”
(도합 약 17kg. 집사 가랑이 터진다. 같이 잘 때 기분은 좋은데 골반에 무리가 간다.)
“아무튼 니 에어컨 틀고 이불 덮고 자잖아.”
“삼촌, 그게 행복이지! 에어컨 틀고 극세사 이불 덮으면 얼마나 포근한데. 땀 흘릴 일이 없잖아. 이불 안은 따뜻하고, 팔에 닿는 공기는 시워어어언하고. 가끔 다리 한 짝씩 이불 밖으로 꺼내면 상쾌함이 그냥~”
“배가 불렀구만. 여름에 에어컨 18도 틀고, 겨울에 보일러 26도 돌리면, 그게 바보 아니야? 집에 가만히 있어도 겨울에 18도, 여름에 26도 넘는데. 우리 집 난방비 1년에 많이 잡아야 13~14만 원 내는데, 너네 집 한 달 난방비도 안 되잖아. 그거 아껴서 다른데 쓸 수 있잖아.”
“우리 엄마는 불로소득 투자를 안 하잖아. 옆에서 보면 부동산 아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한데. 나였으면 벌써 그렇게 시드 뽑았지.”
“그래도 사업 자금이든, 다른 데든 쓸 수 있잖아. 여름에 에어컨 겨울처럼 틀고, 겨울에 보일러 여름처럼 틀고, 그런 식이면 1년에 360만 원 아니야?”
복리를 생각하면 아깝다. 내가 혼자 살아서 고정수입/지출이 눈에 보인다면 금방 계산하고 아낄 수 있는데, 부모님이랑 같이 쓰니 헷갈려서 나도 모르겠다~하고 써버린다. 요즘은 아빠가 알레르기 때문에 독감 환자처럼 계속 춥다고 해서 안방은 문고리부터 뜨끈한 여름 날씨다.
“하긴 우리 집 냉/난방비 쌓이는 거 보면 바꾸고 싶어. 그래서 물어보잖아~”
“내가 이렇게 난방비 적게 나오는 걸 너랑 ㅇㅇ(외삼촌 No.3)형 있는 단톡방에 보내주고, 회사 형님들도 보여 드리잖아?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해. ‘야! 1인 가구 온수 샤워만 해도 그 정도 나오겠다!’ 반응이 이렇다구. 근데 너도 알잖아. 우리 집은 어린이집 다니는 애가 둘이야. 하원하면 맨날 온수로 샤워하고, 응가하면 또 온수로 엉덩이 씻겨야 해. 나랑 와이프도 온수 샤워하고. 그런데 2만 원도 안 나오는 건 난방을 요령껏 튼다는 얘기야. 22도 맞추면 추워서 어떻게 살까 싶지? 근데 우리 넷이 한 침대에 자잖아? 실내 온도가 24도까지 올라가.”
“한 공간에 사람이 몰려 있어서 열이 갇힌다고?”
“어! 난방을 틀면 오히려 애들이 더워서 못 자. 애들한테는 사우나야. 너 집에 있을 때 애들 땀 흘리는 거 봤지?”
카봇 맞추느라 집중해서 목에서 땀이 흐르더라. 귀여운 6살, 4살.
“응. 애기는 열이 많으니까. 또, 삼촌은 모든 침대에 텐트 씌우지 않았어? 나 잤던 방에도 텐트 있던데.”
“맞아! 그거 씌우고 지퍼 잠그면 난방이 약해도 따뜻해.”
“삼촌 ㅇㅇ(무지개다리 건넌 삼촌 고양이) 키울 때부터 텐트 쓰지 않았어?”
“어, ㅇㅇ랑 셋이 살 때 작은 오피스텔부터 시작했어. 근데 거기가 벽이 얇아서 단열이 안 되니까 보일러를 돌려도 계속 추운 거야. 난방비만 많이 나오고. 보일러를 안 돌리는 게 최선이었기 때문에 자는 방에는 텐트로 단열을 충분히 시켰지. 너도 집 전체로 보일러 돌릴 바에는 온수매트를 하나 사든가.”
“아이, 그러면 공기가 차갑잖아. 이불에서 나오기 힘들어져. 그거 살 돈으로 보일러 돌릴래.”
“긴 옷 입으라니까! 우리 욕실에서 그거 봤지?”
“뭐, 세면대 절수 꼭지 해놓은 거?”
삼촌집에 놀러 갔을 때, 세면대 물이 샤워기처럼 나왔다. 절수 꼭지 길이만큼 물 나오는 부분이 낮아져서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쓰다 보니 괜찮았다.
“숙모랑 내가 그거 왜 그렇게 해놨겠어?”
“한 방울이라도 덜 쓰려고?”
“그러니까! 그렇게라도 아껴야지. 그리고 애초에 집을 구할 때부터 동 위치, 호수 배치, 구조 이런 걸 크게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있어. 근데 이게 제일 중요해.”
(몇 주 전에 방문하면서 삼촌이 어느 동에 사는지 알았다.)
“삼촌 그때 보니까 로얄동이던데? 남쪽 제일 바깥동.”
“집 볼 줄 아네. 우리 집은 거기다 남서향이야. 해가 늦게까지 들어서 안 추워. 바깥 동이니까 옆동 그림자 때문에 채광 방해될 일도 없어. 그리고 중간에 끼인 호수잖아.”
“아, 그때 오른쪽에 옆집 있었고, 왼쪽으로도 다른 라인 붙어 있었지.”
“맞아. 옆집들이 단열에 도움이 돼. 우리 아파트는 확장형이라 베란다가 없어서 이중창이 다야. 그럼에도 옆집이 있고 채광 좋으니까 보완이 돼. 그래서 나는 애초에 청약 넣을 때 배치까지 고려해서 겸사겸사 4BAY 타입으로 했어. 그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조야. 그리고 너 여름에 에어컨 껐다 켰다 하지?”
“응. 거실 에어컨만 잠깐 틀었다가 끄고, 냉기 사라지면 켜고 그렇지. 계속 틀면 고양이들이 싫어하고, 컴퓨터방에 에어컨이 없으니까.”
“그렇게 하면 전기세 많이 나와서 안 돼. 우리 집은 아침에 에어컨 켜면 잘 때까지 안 꺼. 더우면 27도로 계속 틀다가, 외출하면 28~29도로 올리고 그래야지. 냉기 잘 나오는 온도로 틀다가 29도로 맞추면 송풍이랑 비슷해서 습기 건조도 되고, 전기도 많이 안 먹어. 이렇게 에어컨을 활용해야 여름 전기세도 5만 원 정도로 해결할 수 있어. 야, 이렇게 1년 내내 살아도 너네 집 난방비 한 달치다.”
외삼촌&외숙모 No.4는 절약왕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