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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명이오 Feb 12. 2023

월 300만 원 버는 21살 알바왕 내 친구

알바생도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

 중학교 친구 A는 고3 가을부터 뷔페 알바를 시작했다. 학기 중에는 주말 풀타임 알바, 방학 중에는 직원을 번갈아가며 일한다. 밤 10시쯤 퇴근하면서 나한테 전화할 때가 있는데, 그때 틈틈이 물어본 것들을 정리했다.


 “ㅇㅇㅇ(우리끼리는 성 떼고 ‘ㅇㅇ아’라고 부르는 걸 어색해한다.), 나 알바 인터뷰 좀 해줘.”


 “그래. 뭐 말해주면 되는데?”


 “음… 일단 요즘 방학이니까 직원으로 전환해서 받은 급여 물어봐도 돼?”


 “어. 잠깐만 급여 명세서 카톡으로 보내줄게. 내가 방학 때는 주 6일 직원이라서 세전 300 기준. 소득세랑 지방소득세 3.3% 떼고, 이번달에는 내가 원래 휴일보다 하루 더 쉬어서 20만 원 까이고, 실수령 270 나왔어. 근데 원래대로 한 달에 4일만 쉬면 세후 290 받아.”


 “이야… 많이 받았네. 알바로 있을 때는 얼마나 받아?”


 “올해 시급 오르기 전에 학기 중에 주말 풀알바만 해도 100은 충분히 넘었어. 내가 팀플이 많은 과(유아교육과)를 다니니까, 매니저님이 최대한 주중에는 안 부르려고 하시거든. 근데 너무 바쁘면 혹시 오후에 잠깐 나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셔. 그래서 한 달 기준으로 주말 무조건 풀타임에 평일 오후 한두 번 근무하면… 110은 안 되고, 100 좀 넘는 정도?”


 “근무시간은 어떻게 돼?”


 “평일에는 12시간, 주말에는 12시간 반.(휴식 2시간 포함)”


 “요즘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 있잖아. 유튜브 ‘좋좋소’처럼 직원 대우가 안 좋거나, 연봉 인상을 제대로 안 해주는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분들이 ‘내가 이럴 거면 최저시급대로 월급 꼬박꼬박 올려주는 알바를 하지.’라고 하시잖아? 물론 경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잠깐 다니는 분들도 있지만, 경력도 잘 안 쳐주는 직종이면 더 그러시는데. 너는 알바하는 곳에서 방학 때 직원으로 전환하고 많이 버는 편이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어! 근데 나도 그런 생각 진짜 많이 했어. 왜냐하면 지금 여기서 직원으로 뛰면 300 정도 받는데, 나중에 졸업하고 내 전공대로 취업하면 200 정도 받을 것 같거든? 솔직히 지금 전공이 적성에 맞는지도 의문이고, 급여도 벌써 100이나 차이 나니까 ‘알바가 훨씬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알바는 최저시급 인상 때마다 반영해 주는데, 대기업/전문직을 제외하면 많은 사회초년생들이 가는 기업 중에서 연봉 인상을 물가상승만큼이라도 안 해주는 곳도 많잖아. 생활물가가 너무 비싸니까 ‘내 월급이랑 통장 잔고 빼고 다 올랐다.’라고 많이 얘기하고. 근데 너는 시급 오른 거 체감돼? 아니면 시급보다 물가가 더 올라서 체감이 잘 안 돼?”


 “시급 잘 올라서 기분은 엄청 좋은데, 물가가 더 비싼 느낌? 요즘 다 올라서 편의점만 가도 너무 비싸고 부담스럽지.”


 “알바비는 주로 어떤 곳에 써?”


 “알바 시작할 때 했던 생각인데, 학생일 때 틈틈이 알바로 번 돈은 힘들게 일한 나를 위한 보상으로 하나씩 쓰고, 나중에 제대로 된 직장 들어가서 받는 월급부터는 모으려고 했어. 그래서 알바비는 학기 중에 생활하면서 내 용돈으로 써.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니까 아무리 아껴 써도 학교 다니면서 점심, 저녁 먹고, 가끔 친구랑 놀면 100은 금방 써. 일하기 전에는 100이 되게 큰돈 같았거든? 근데 일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까 여전히 100이 큰 건 맞는데, 벌기는 힘들어도 생활하면 금방 나가더라. 그리고 부모님 생신 선물 하나씩 사고, 내가 너무 사고 싶었던 거 하나 사면 알바비는 금방 나가지.”


 “최근에 너무 갖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가 알바비로 마련한 게 있다면?”


 “나… 다이슨 에어랩!”


 “아! 나 그거 뭔지 알아.(본인은 뷰티 쪽 잘 모르는 편) 바람 위이잉- 하면 알아서 세팅해 주는 거 맞지? 요즘 얼마해?”


 “어, 그거 맞아. 69만 원 줬어.”


 “흐익, 와… 진짜 비싸다. 근데 다이슨이면… 그럴 만 해. 이제 복지랑 근무 방식으로 넘어가 볼까? 뷔페 알바면 직원 식사는 거기 음식 그대로 먹어?”


 “저녁에는 남은 음식 먹는데, 아침이랑 점심은 찬모님이 계셔서 직원 음식을 따로 챙겨주셔.”


 “아, 급식처럼?”


 “응. 근데 학교 급식보다 퀄리티 엄청 좋아. 밥은 돌아가면서 먹는데, 아침은 11시부터 30분, 점심은 3시부터 30분. 5시에는 그냥 휴식 30분, 저녁은 마감 전 30분.”


 “일하는 파트는 어떻게 나뉘고, 너는 주로 어디서 일해?”


 “일단 홀이랑 주방은 확실히 나뉘고, 나는 홀 직원으로 고용된 거는 맞는데, 예전에 너무 바쁠 때 주방에서 초밥 롤 있잖아? 그거 마는 거 도와달라 하셔서 조금 해본 적 있어.”


 “어? 근데 너는 그 음식을 처음 해봤을 건데 퀄리티 차이가 없어?”


 “어, 허헣허, 똑같이 나오더라? 그냥 옆에서 알려주시는 대로 이것저것 넣고 요령껏 말았는데 잘 나오던데? 그래서 여기는 경력이 있으면 좋은데, 필수까지는 아닌 느낌이 강해. 나도 그랬듯이, 초보자가 와도 금방 일 배우고 적응할 수 있어.”


 “홀에서는 무슨 일을 담당해?”


 “손님 들어오시면 자리 안내해 드리고, 나가실 때 결제랑 무료 주차 등록해 드려. 옮길 거 있으면 옮기고. 테이블 위에 손님들 다 드신 그릇은 카트 위에 ‘짬통’이라고 부르는 데에 음식물 쓰레기 몰아넣고 접시 쌓아서 옮기지.”


 “바쁠 때는 일이 어떤 식으로 꼬여?”


 “장사 잘 되는 날은 밖에서 웨이팅 걸릴 때도 있고, 카운터에서 결제하고 나가시는 손님이랑 이제 막 들어오시는 손님이 겹치면 진짜 정신없어져.”


 “너 거기서 첫 알바로 시작해서 지금 거의 1년 반이나 꾸준히 다니고 있잖아. 거기를 언제까지 다니고 싶다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은 생각해 본 적 있어?”


 “해보긴 했는데… 그냥 여기 일에 적응해서 다닐 수 있는 만큼 오래 다니고 싶어. 내가 나중에 어떤 걸로 옮길지 모르겠는데, 어디로 옮기든 일을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사실은 똑같으니까. 이 일에 숙련된 만큼 편한 부분이 있어서 아직 다른 일을 배우고 싶지는 않아. 내 친구가 나랑 같이 들어와서 편하기도 하고. 시급도 잘 나오고. 만족해.”


 “이 알바가 특히 어떤 사람한테 잘 맞을 것 같아?”


 “체력이 좋은 사람! 하루종일 걸어 다녀야 돼… 그리고 의지가 강한 사람! 하루만 하고 때려치운 사람이 정말 많거든. 내가 거기서 일한 동안 스쳐간 사람이 적게 잡아도 50명? 아니다. 100명은 넘을 거야. 또… 상대적으로 머리를 많이 안 쓰고 싶은 사람! 왜냐하면 내가 이거 하기 전에 빵집 알바를 한 번 해봤는데 금방 그만둔 이유가 있어. 거기는 계산대에 있을 때 손님이 담아 온 빵을 보고 ‘이거 이름은 무슨 빵, 가격은 얼마.’이게 바로 생각나야 일을 할 수 있대.”


 “어… 포스기에 찍어야 해서 그런가?”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일 가르쳐주는 분이 꼭 알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빵 종류가 너무 많고 복잡하니까 그냥 지금 여기로 옮겼어. 빵집에 비하면 여기는 외울 게 많이 없는 편이야.”


 “어느 정도야? 그냥 학창 시절에 반 친구들 얼굴이랑 이름 외우는 정도?”


 “어! 그 정도면 다 외울 수 있어. 그냥 무슨 음료는 몇 대 몇…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눈에 익히다 보니 나중에는 딱 알게 되더라.”


 “음료 하니까 생각났는데, 뷔페나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여러 탄산음료가 한 기계에 있잖아? 그게 레버를 누르면 탄산수랑 선택한 음료의 시럽이랑 섞여서 나오는 거라며? 그거 리필해 본 적 있어?”


 “있지. 그게 탄산통이 진짜 무거워. 나는 둘이서 했는데, 어… 그래도 무거워. 그거 옮겨서 보충해 주고, 시럽은 비닐팩에 담겨 있는데, 입구랑 노즐 연결만 시켜주면 돼.”


 “식품 관련된 일은 위생 때문에 보건증 필요하지 않아? 나도 커뮤니티에서 봤는데, 그 검사가… 좀 힘들다며? 채용 전에 미리 준비한 거야? 아니면 확정되고 가져오라고 했을 때 발급받았어?”


 “어. 그거 과정이 좀 그래. 나는 면접 붙고 일하는 게 확정됐을 때 가져오라고 하길래 검사하러 갔지. 보건소 가면 큰 면봉 같은 걸 주는데, 그걸 거기에 5cm 정도 밀어 넣었다 빼야 해…”


 “엇… 크흠. 그다음으로 인간관계 얘기를 해볼까? 직장 동료 먼저 물어볼게. 학창 시절 반 친구와 일터에서 만난 동료랑 직접 느끼기에 어떤 차이가 컸어?”


 “학교는 동갑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으니까 새 학기에 처음 봐도 반말 쓰고 시작하잖아? 알바에서 만나면 몇 살인지 모르니까 무조건 존댓말로 시작하지.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면 나이차가 나더라도 반말하고 그러는데, 사회에서 만난 동갑은 일을 같이 하는 사이니까 동갑이라도 존댓말 쓰는 게 편하더라.”


 “너도 1년 반 일했으면 거기서는 경력 많은 편이지?”


 “어. 내가 매니저는 아니더라도 근무기간으로 따지면 오래됐지.”


 “시니어정도 되나?”


 “그런 느낌 있지.”


 “거기서 진짜 오래 일한 분은 경력이 얼마나 되셔?”


 “그분이 중간에 나갔다 오시긴 했는데, 직원/매니저 번갈아가면서 거의 3~4년 정도 일하셨어.”


 “그다음은 진상 손님! 기억나는 일 몇 개만 얘기해 줘.”


 “진상 많지. 많은데… 최근에는 잘 못 봤고, 요즘 졸업식 시즌이라 웨이팅 있었는데 뭐라 뭐라 소란스러웠어. 근데 진상이 있어도 내가 받은 차례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모르고 그냥 그런 사람이 왔나 보다 해. 아! 예전에는 전화로 욕한 진상이 있었어.”


 “응? 전화로 직원한테 욕을 한다고?”


 “어! 그게 무슨 일이었냐면. 우리가 계산받고 무료 주차 시간 넣을 때, 주차하셨는지, 하셨으면 차량 번호는 뭔지 여쭤보고, 몇 시간 넣어드렸다고 말씀드리잖아? 그날 분명 내가 넣어놨어. 확실해. 평소처럼 계산하고 얼마만큼 넣어드렸다고 말씀드렸는데, 몇 분 있다가 그분이 주차장에 내려가고 전화를 하신 거야. 그래서 내가 전화받고 ‘손님, 확인해 봤는데 아까 무료주차 넣었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끊으셨어. 근데 좀 있다가 더 화난 목소리로 다시 전화가 왔어. 그때 또 확인해도 등록돼 있었거든? 다시 말씀드리니까 그분이 ‘야, 이 XX야!’부터 시작해서 부산사투리로 온갖 욕을 다 퍼붓는 거야. 그나마 다행인 건 바로  옆에 매니저님이 계셔서 바꿔드렸어. 매니저님이 받자마자 ‘손님, 욕하지 말고 말씀하세요.’라고 하셨는데, ‘내가 다시 거기로 올라갈까.’ 협박하면서 계속 욕하다가 끊더라고?”


 “흐이이익… 뭐지 전산오류 때문인가? 너는 확실히 넣었는데 그런 일 생겨서 억울했겠다. 전화로 얘기하니까 어떻게 화면을 보여줄 방법도 없고. 어떻게 됐어?”


 ”원래 진상 손님 바로 앞에 있을 때 정말 눈물 터질 것 같거든? 그때 눈물은 그다지 안 났는데, 그냥 벙쪘다고 할까? 해탈해 버렸어. 뭐… 삶이 고된 느낌. 결국 매니저님이 나중에 그분한테 다시 전화하셨대. ‘저희가 차량 등록 해드렸는데 욕하신 건 잘못하신 것 같아요. 그건 저희한테 사과하셔야 될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분이랑 말이 안 통해서 결국 끊었대.“


 “아무래도 그런 사람이랑은 말이 안 통하겠지.”


 “어느 날은 휴무인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고? 내가 모르는 번호는 잘 안 받아서 그냥 넘겼는데, 몇 번 더 전화가 오는 거야. 혹시나 싶어서 문자로 ‘누구세요?’라고 남기니까 알바하는 곳 대표님이셨어. 전화받으니까 ‘얼마 전에 손님한테 욕 들었다며. 안 놀랐냐? 다른 애들 같았으면 무조건 울었을 건데 너 대단하다.’라고 말씀하셨어. 솔직히 그때 그분이 다시 올라왔으면 울었을 건데, 안 올라와서 그냥 ‘뭐 이런 일이 다 있네.’ 그런 느낌이었어.”


 “너 진짜 대단하다. 나는 멘탈 약해서 그런 사람 있으면 바로 울 것 같은데.“


 “근데 나도 혼나면 순간적으로 감정이 확 울컥하긴 한데… 옆에서 누가 기분 좋게 장난쳐주면 금방 잊고 괜찮아지는 스타일이야.”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에 주 6일 일하면서 느낀 거. 사람은 가끔 쉬면서 일해야 한다. 푹 쉬면서 건강하게 일했으면 좋겠어. 일주일에 하루만 쉬고 바로 일 나가니까 너무 힘들어. 나는 하루종일 손목이랑 무릎이 아프고 어지러워. 병원 가니까 철분이 부족하대서 철분제 먹는 중이야.”



 이렇게 힘들게 번 알바비로 재수하는 친구 불러서 햄버거 사줬던 A가 최고야!


 (그 외 자세한 상황은 친구의 요청에 따라 편집되었습니다. 세상 모든 사회초년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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