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돈 뿌리는 손님

우리 엄마도 살아보니 힘들었겠다

by 필명이오

아무 생각 없이 엄마랑 TV를 보고 있었다.



“어? 엄마, 근데 카드 저렇게 손가락에 끼워서 주는 거… 나는 내가 손님 입장이라도 상대방인 직원을 하대하는 것 같아서 절대 안 해. 만약에 내가 직원인데 손님이 저러면 문제 삼지는 않겠지만, 내가 손님으로 가서 저렇게 하기는 싫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나는 두 손으로 전달해.”


“나도 그래. 아! ㅇㅇ아.”


“왜?”


“저렇게 결제하는 거 보니까 갑자기 생각난 손님이 있다.”


“누군데? 엄마한테도 저러는 인간이 있어?”


“내가 니 나이쯤 됐을 때니까… 30년 좀 안 됐겠다. 어떤 할배 손님이었는데, 지금 죽었으니까 안 오는 거겠제?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안 오는 손님인 건 확실해.”


“왜? 틀딱이가 나잇값 못하드나? 엄마한테 뭐 했는데? 내가 쫓아가서 틀니 뿌셔줄까?”


”어! 허허허. 진짜 요즘 애들이 부르는 틀딱, 꼰대, 진상 스타일이다. 90년대였으니까 지금처럼 카드만 많이 쓰던 때가 아니었다이가. 그만큼 현금 거래가 많았거든. 근데 그 할배는 오면 거래대금 줄 때 항상 돈을 어디에 탁! 던져. 그래서 책상이나 바닥에 돈이 막 흩어져가지고. 어우, 그 할배만 왔다 가면 내가 돈 줍는다고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생각나네.“



세상에 본인 엄마가 그런 일을 당했다 하면 눈이 안 돌아갈 사람이 있겠나?


“지가 돈 준다고 무슨 재벌이라도 되나? 진짜 재벌은 그렇게 안 한다. 괜히 어디 가서 대접 못 받는 사람이나 그렇게 하지.”


“하하하하하! 진짜 기분 더러웠는데, 이제 안 오니 됐지 뭐.”


“엄마한테 그런 행동하는 사람은 저승길 익스프레스 끊어서 일찍 갔을 거야. 샤머니즘은 안 믿지만, 그렇게 하대하는 인간은 나중에 스스로 돌려받을 거라 믿어. 아무리 돈을 주는 입장이라도 누구든 중동 재벌 앞에서는 판자촌 사람 되는데 왜 우열을 가리는지 몰라.”




우리 엄마는 나보다 어릴 때 시골에서 타지로 올라와서 힘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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