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괜찮은 엄마:완주하는 길

‘누군가의 엄마’에서 ‘온전한 나‘로 돌아오는 중입니다

by 윤슬

네가 세상에 태어나 나에게 ‘엄마’라는 이름을 붙여줘서 고마워!

네가 할 수 있었던 일이지만 엄마가 할 수 있도록 남겨줘서 고마워!

이만하면 엄마는 너에게 괜찮은 엄마였니?

앞으로도 눈치 보지 않고 적당한 간섭을 할 수 있는 우아한 엄마가 될게!

너의 인생에 가끔 초대해 줄 거지?

‘엄마’는 마침표가 없으니까…!



딸이 성인이 되어 독립하면서 내 인생은 속도감 있게 절반이상이 비워져 버렸다.

긴 세월 주말부부로 지내며,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딸이었다.

딸의 삶이 곧 내 삶이었던,

그냥 살아졌던 삶대신 오롯이 혼자가 된 일상은 생각보다 두렵고 낯설었다.

딸의 웃음소리와 발걸음으로 채워지던 공간은 나 혼자의 시선으로 채워야 했다.

익숙했던 거리가 낯설어지고, 익숙했던 일과는 의미를 잃은 듯했다.

그럼에도 딸의 독립이 남겨준 공허함은 어쩌면,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해 준 선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겨울 브런치작가에 도전을 했고, 감사하게도 그 정서적 공백을 글로 메울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라는 간판을 내려놓고 ’나’로 채우는 시간은 굉장히 낯설고 자신감이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왜 나에 대한 생각을 멈췄을까’ 하는 원망이 밀려왔다.

‘아이를 위해 ‘라는 명확한 이유로 살아왔기 때문에 ‘엄마’가 아닌 오롯이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느낌이었다.

‘나‘라는 평범함으로 울림을 줄 수 있을까, ’ 남들의 시선은 어떨까’ 하는 두려움에 솔직한 글이 나오지 않았다.

글의 방향성을 잃고 무기력에 빠지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핑곗거리를 찾는 날이 더 많아졌다.

마음속에 흘러 다니는 글들은 망설임이 더해져 결국 발행되지 못한 채 일기장에 잠겨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서서, 두고 온 지난 세월에 나를 떠올려 보았다.

뚜렷한 색으로 목소리를 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던 나, 그 기억이 나를 잔잔하게 흔들었다.

‘다시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살고 싶다 ‘

그 간절한 울림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차올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딸이 독립하기 전 내 하루는, 언제나 딸의 웃음과 성장으로 채워졌다.

모든 선택과 마음의 방향은 그녀를 중심으로 흘렀고,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딸에게 쏟았던 사랑과 에너지를 이제는 나 자신에게 흘려보내며, 새로운 의미의 ‘능력 있는 사람‘ 이 되려고 한다.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나로서 독립하고, 나를 표현할 줄 아는 존재로 살고 싶다.


엄마의 역할이 대부분이었던 일상에서 뒤로 밀려있던 나의 목소리로 새롭게 눌러 담을 꿈이 생겨서 설렌다.

나답게 삶을 기록하고 그 기록이 이어져 더 큰 이야기가 되는 것을 꿈꾼다.

엄마로서 살아낸 시간과, 이제 시작하는 나의 계절을 함께 기록해 왔다.

그 기록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용기로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새로운 길 앞에서 머뭇거리는 이에게 “괜찮다” 는 위로와 “할 수 있다” 는 용기로 따뜻하게 곁을 채워줄 수 있길 꿈꾼다.

완벽하게 잘하고 싶어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핑계를 이제는 멈추고 취향과 취미가 많은 여유를 가져 볼 생각이 든다.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고, 자유롭지만 책임 있는 삶.

돌보고 책임지는 삶에서, 나를 표현하는 삶으로.

딸의 독립이 남겨준 나의 두 번째 계절을 시작하고 싶다.

비워진 시간은 나를 잃은 시간이 아니라, 나를 새롭게 채울 수 있는 기회이다.

‘엄마‘라는 이름에만 머무르지 않고 독립된 존재로, 그렇게 ’온전한 나’로 돌아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