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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Nov 29. 2022

월급쟁이 재테크

평생 월세 살던 보겔 부부의 아트 컬렉팅 성공 스토리

돈이 많은 사람들만 아트 컬렉팅을 할 수 있을까? 뉴스를 보면 경매장에서는 수백억 원이 넘는 작품이 심심치 않게 낙찰된다. 저 비싼 작품들을 서로 사겠다고 경쟁을 하는 것을 보면 미술품을 구매자들은 모두 재벌들 인 것 같다. 하지만 평생 월급쟁이로 겨우 방 한 칸 월세를 살면서 세계적인 아트 컬렉션을 만든 보겔 부부도 있다.


그들은 1962년 결혼했다. 신혼여행으로 워싱턴의 내셔널 갤러리를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남편 하버트 보겔의 작품 설명을 들은 후 아내 도로시 보겔은 미술에 푹 빠지게 된다. 남편 하버트 보겔 씨는 우체국 직원으로 25000달러 정도의 급여를 받았다. 여기에 세금을 제하고 나면 실제로 남는 돈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침실 한 개짜리 작은 월세집에서 평생을 살았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했기 때문에 스스로 틈만 나면 독학으로 미술사를 공부했고 실기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 덕분에 화가 친구들도 많이 만들게 되었다. 미술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그들은 외식을 하거나 자동차를 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대신 돈을 모아 작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아내 도로시는 도서관 사서로 두 사람은 급여를 모두 합쳐도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비싼 작품을 구매하기에는 빠듯했기 때문에 주로 가격이 저렴한 신진작가의 작업을 구매했다. 훗날 그 작품들은 미술사의 역사적인 기록을 남긴 명작이 된다.


솔 르윗

위의 작품은 보겔 부부가 젊은 시절 구매한 솔 르윗의 작품이다. 지금은 다가가기도 힘든 현대미술의 대가가 된 그 이지만 그때 당시 신진작가였던 솔 르윗은 작품을 팔기가 쉽지 않았다. 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본 보겔 부부는 솔 르윗의 첫 구매자가 되었고 솔 르윗은 이 작품을 자신의 오토바이로 직접 배송까지 해 주었다. 그 후 매 주말마다 솔 르윗과 하버트 씨는 통화를 하면서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깊게 나누고 작품 컬렉팅에 관한 도움을 서로 주고받았다고 한다.


보겔 부부의 작품 구입에는 원칙이 있었다. 작가들의 작품이 작품성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차를 소유하지 않았던 그들은 현실적으로 지하철이나 택시에 싫을 수 있고 작은 집에 보관할 수 있는 사이즈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했다. 본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즐겁게 컬렉팅하고 집에 걸어두고 즐기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자 그들이 컬렉팅 했던 작가들이 하나둘씩 현대 미술계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맨해튼 갤러리 가에서는 보겔 부부의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작품 구매를 많이 하기도 했지만 안목이 탁월했기 때문에 그들의 안목을 배우고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들은 이사도 가지 않고 모은 돈은 거의 다 작품 구매에 썼기 때문에 큰 집으로 이사를 갈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작은집에 미술작품이 너무 많이 쌓여서 다리가 걸려 넘어지는 일도 있었다. 어는 날, 보겔 부부는 결심했다. 이 작품들을 그들이 신혼여행을 갔던 내셔널 갤러리에 기증 하기로 말이다. 미술관 측은 그들의 작품 컬렉션이 매우 훌륭했고 컬렉팅 히스토리 또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기증받는 대신 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연금을 모아 또 작품을 사고 기증하기를 반복했다. 나중에 이 컬렉션은 미국 전역 50개 미술관에 뿔뿔이 흩어져 전시를 하게 된다. 평생 여행 한번 다녀보지 못했던 그들은 미술관의 초대로 미 전역을 여행 다니게 되었다.


처음 결혼을 해서 모으기 시작한 작품의 작가들이 50년이 지난 후 서서히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보겔 부부 또한 꾸준한 신진작가의 작품 컬렉팅으로 미술계 발전에 기여했음을 인정받고 그 안목 또한 탁월하여 훌륭한 미술작품 컬렉터로써 미술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작가들만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컬렉터도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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