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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제 Jun 15. 2023

네가 생각날 때 마다 썼던 시

[00] 첫 장 ( prolog )

안녕. 


나는 너를 만나기 전에는 시를 썼고, 너를 만난 후에는 가사를 쓰고 있어.

가사를 쓰게 해준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서

또는 방법을 찾고싶지 않아서 이곳에 시로 남겨볼게. 

네가 읽어주길 바라면서도 몰라주기를 바라거든.

너에게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해주고 싶은 말도 있지만

지금은 닿으면 안된다는 걸 알아서 그래서 그냥 남겨보는거야.

묻고싶은 말도 많은데 내가 물어보지 않을 걸 알아서

그럼에도 언젠가는 닿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불분명한 확신에 미련이 남아서

못다한 이야기의 주석처럼 남겨보는거야.

시의 형태를 잃었다면 수신을 남기지 않은 편지라는 걸

너만 빼고 모두가 알겠지.

흑역사가 될 걸 알면서도 바보 같아질 것을 알면서도 남겨보고싶게 만들었다.



2023.06.15

Will the day come when you read this letter. I want to ask the world.




저릿한 사랑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구절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반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야. 간단한 거였더라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던 거였더라고.

내가 늦게 깨달았을 뿐인 거더라고.

처음 널 본 순간부터 빠졌던 거였는데

그걸 한참 후에야 알아차려버렸다.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달랐을까.







 심란해


너를 알게된 후로 내 마음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었다.

네가 나에게 다가올 때 마다 심란함을 느꼈으니까.

너는 마치 내가 심란할 것을 알고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 심란함의 이름을 너는 알면서 내 앞에선 모른 척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더 심란하다.








착각인가


아니. 아니였다.

착각이 아니였다.








이 관계의 분명함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시작은 네가 먼저 했다는 것.

나를 먼저 홀린 것은 너다.

그건 인정하지?

누가봐도 그랬다.








확신


너를 알게된 후 나는, 확신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

' 아.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구나. '

' 아. 이 사람이 지금 나를 꼬시고 싶어 하는구나. '

' 아. 이 사람이 나한테만 끼를 부리는 구나. '

나는 이 확신이 틀린 걸까봐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의심했다.


멋대로 확신을 안겨주더니

네가 다시 멋대로 그 확신을 가져가버렸다.








네가 준 변화


나는 연애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일과 연애를 한다는 말만 듣고 살았다.

근데 어느날 갑자기 네가 나타나서

내 마음을 흔들어놓더니

쌓여있는 일거리들 사이로

네가 불쑥불쑥 침범했다.

일에 집중할 수 없도록 온통 네가 흘러들어와 있었다.


잠을 줄여서 일해왔던 나를

잠을 줄여서 네 생각만 하는 나로 만들었다.


너 때문에 내가 변했다.








너를 닮은 것


너는 닮은 것이 많더라.

늦은 밤을 닮은 줄 알았는데

새벽을 닮아있더라.

해가 뜨면 사라지겠지 했는데

아침까지도 닮아있었다.

오후는 닮지 않았길래 평일만 닮아있나 했는데

주말이 되어보니 오후도 닮아있더라.


그 외에도 닮은 것이 많지만,

하나하나 다 적었다간 내 인생 전부가

네가 되어버릴까봐 무서워서 입을 닫는다.








네 첫인상


아마도 이 책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표현될 부정적 단어.

네가 나에게 불도저처럼 다가오기 전,

너와 내가 아예 처음 봤던 날의 일이다.

나는 네가 너무 무서웠다. 여차하면 너를 피할 생각이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개월간 묶여서 마주한다 생각했다.

그런데 네가 먼저 다가온 후로 부정은 사라져버렸다.

어느새 너의 인상을 표현할 때면 온통 긍정적인 단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좋았다, 설렜고


네 인상이 변한 후로는 그저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좋았던 게 맞다.

근데

그 당시에는 네가 이해되지 않았다.

왜 그렇게 다가오는지

왜 자꾸 설레게 행동하는지

왜 그런 말을 내게만 서슴없이 해오는지

나는 네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불도저


너는 불도저였다.

가끔은 네가 그랬던 것을 아냐고 물어보고싶을 정도이다.








배려


너는 성격이 아주 급한 것 같아 보이다가도

내가 움츠려드는 순간을 귀신같이 포착했다.

그러면 너는 다시 느려졌다.

근데 그거 아니.

네가 천천히 다가오는 포지션을 취하면

거꾸로 내 마음은 타들어갔다는 것을.

그런 날 새벽은 네 앞에서 움찔거렸던 나를 후회하며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는 것을.








쏟아내는 중


나는 이제 너를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지금

나는 너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작과 끝


프롤로그의 시작은 내가 열었으니,

에필로그는 네가 끝내주길 바라고 있어.



When these poems are finished, the last thing to be transcribed.

start 2023.01

fini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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