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30시간
" 드디어 끝이다. 이제 집으로 간다. 제발 무사히만 도착하자!" 옐로스톤에서 러쉬모어까지 마지막 여행을 마치고 우리가 했던 다짐이다.
총 운전시간 23시간 49분. 아마 이 시간을 보면 사람들은 '에이 중간에 숙소에서 하루 잤겠지'라고 생각할 텐데. 우리는 이날 중간중간 휴게소에의 쪽잠을 제외하곤 계속해서 운전을 했다. 그리고 믿기지 않겠지만 모든 운전은 남편이 도맡아서 했는데...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일단, 차 내부수리를 받았다고 해서 완전히 우리의 차가 정상으로 돌아오진 않았다는 점 (나에게 맡기는 게 불안했던 남편..), 도난경험 때문에 숙박의 대한 불신(도난 이후 숙박할 때면 차 안의 모든 짐을 호텔로 옮겨야 하는 불편함), 도난 당시 내 국제운전면허증을 분실했다는 점(경찰한테 걸리기라도 했다간 불행의 쓰리콤보 예약), 그리고 이미 두 번이나 미룬 이사 날짜 때문이었다.
첫 페이지로 돌아가면 알다시피 나는 2022. 7. 17일에 미국에 입국하였고, 입국하자마자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드트립을 떠났다. 그리고 여행을 마친 후 남편이 혼자 살던 원룸에서 둘이 살 수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기로 했는데 여행 중 어처구니없는 사고의 연속으로 시간을 너무 많이 날려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었다.
남편 : 어차피 2-3일 숙소에 머물면서 하루 8시간씩 운전하느니 하루에 몰아서 힘든 게 낫지. 쉬지 말고 가자.
나 :!! (매우 걱정)
그리고 진짜 운전은 지옥 그 자체였다. 당연히 운전자인 남편이 제일 힘들었지만 조수석에 타고 있는 나도 고역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음악도 들어보고, 우리의 아리따운 미래를 계획해 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국이 어떻게 선진국이 되었나 시사토론에 나오는 패널들처럼 토론도 해보고 아무말 대잔치를 해봐도 23시간 49분은 정말인지 너무 길었다. 유튜브에 나와있는 라디오(주로 컬투쇼)를 다 들었을 때 드디어 우린 West Virginia주에 도착했고(버지니아주 왼편에 위치함) 집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가 남았을 때 위기가 찾아왔다. 도저히 잠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 (이미 하루를 넘긴 상태였다.)
새벽 6시였을까? 우리는 근처 휴게소에서 잠을 청했다. 이제 막 동이 틀 무렵에 휴게소에서 쪽잠을 청하는 동양인 두 명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곯아떨어졌고 일어나 보니 9시가 다되었다. (2-3시간 잔 듯하다)
나 : (뒤를 바라보며) 오빠.. 이제 가자 1시간 30분만 가면 돼..
남편 : (운전자석이 불편해서 차 뒤에서 자는 중) 응답 없음
나 : 오빠.. 내가 그냥 운전할게..
면허는 도난당했지만 이미 면허딴지 10년 차인데 '에라 모르겠다 이제 1시간 30분만 운전하면 집인데 뭐가 두려울까' 라며 나는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나 운전 30분 만에 벌써 눈꺼풀의 반이 내려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또다시 EXIT로 나가 제일 먼저 보이는 주유소에서 쪽잠을 청했다.
남편 : (아직도 미동 없음)
나 : zzz
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일어나 보니 오후 12시가 지났다. 우리는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7시간 뒤에 도착했다. 잠자느라... 한 번 잠을 자기 시작하니 깰 때마다 몇 시간은 지나있었고 또 얼마못가서 우린 조용해 보이는 휴게소를 찾아 잠을 청했다. 그렇게 3번을 반복했을까? 드디어 버지니아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를 훌쩍 넘었다. 대충 계산해 보니 사우스다코다주에서 집까지 약 30시간이 걸린 것 같다. 미국에서 앞으로 1년간 생활할 새 보금자리를 드디어 눈으로 본 순간! 나와 남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제야 실감이 났다.
"드디어 여행이 끝났구나"
개인적으로 한국에 있을 때도 운전을 참 많이 했는데.. 지금도 그날 차 안에서 머문 30시간은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두근거리며 신청했던 배우자동반 유학휴직부터 버지니아주에 도착하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그렇게 여행을 떠난 지 5주 만에 드디어 우리의 미로드트립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