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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음악과 사진첩

“추억 속 사진에 담긴 계절과 음악들“

by 손익분기점

이맘때쯤이면 항상 휴대폰 사진첩을 보면서 한 해를 돌아본다. 사진첩을 보다 보면 지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진첩에 있는 사진들 속에는 그 시절 기억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음악들이 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의 추억들은 음악과 함께 있으므로 더욱 짙어진다.



대학교 1학년의 끝자락..



2014년, 이맘때의 겨울은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난다. 대학교 1학년을 막 마무리하고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던 나는, 하루하루가 아쉽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친구들과의 순간들을 어떻게든 기록해두려 했다.


강원도 여행에서는 차가운 겨울 속에서 서로 웃었고, 정동진에서는 “입대 전에 바다 한 번 보자”며 철없는 스무 살의 기분으로 파도 앞에서 장난을 쳤다. 서울 시청역 전시장에서는 작품 사이를 걸으며 마치 어른이 된 척 미래를 이야기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던 기억도 또렷하다.


지금은 그 친구들과 예전처럼 자주 연락하진 않지만, 사진첩 속 오래된 사진들을 꺼내 보면 그때의 겨울 냄새와 공기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시절 생각나는 곡은 아이유의 소격동이다.


당시 서태지의 5년 만의 컴백으로 화제가 되었던 곡이다. 서태지의 정규 앨범 수록곡을 당시 최고의 아티스트 아이유가 함께하며, 큰 화제가 되었던 곡이다.




전역



2017년 겨울, 나는 군대를 전역하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전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몸과 마음이 아직은 어딘가 어색했지만,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오래 묵은 답답함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 시절 겨울은 참 복잡한 계절이었다. 한쪽에서는 군 생활을 끝냈다는 해방감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사실이 주는 묘한 기분 좋은 여유도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복학을 앞둔 부담감이 있었다. 학교로 돌아가 다시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멈춰 있었던 시간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어쩐지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그래도 그 부산 여행 동안만큼은 그런 걱정들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겨울바람이 차가웠지만 함께 걷는 친구들이 있었고, 웃음이 터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사진 속의 우리는 여전히 젊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서 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겨울엔 말하지 않은 감정들이 쌓여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가끔 그 시절 사진첩을 열어 보면, 바닷바람과 함께 섞여 있던 내 마음의 온도가 아직도 희미하게 떠오르곤 한다.


그 시절 생각나는 곡은 드라마 도깨비의 OST 곡들이다.



결국 추억 속 사진들에는 단순한 장면 이상의 것들이 담겨 있다. 그때의 계절 냄새, 함께 웃던 사람들의 온기, 그리고 배경처럼 흐르던 음악까지도 모두 한 장면처럼 겹쳐 있다. 시간이 흘러도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 시절의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다.


계절은 지나가고 음악은 멈추지만, 그 순간을 살아냈던 나의 마음은 사진 속에서 언제나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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