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선율
인생 간주곡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Interlude’라는 영어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Interlude‘는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음악에서는 곡의 본 흐름을 잠시 멈추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짧은 구간을 의미한다. 종종 다음 파트를 준비하거나 감정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앨범에서는 트랙 간의 연결 고리로 사용되기도 한다. 문학이나 연극에서는 막과 막 사이, 혹은 긴 이야기 속 짧은 휴식 같은 부분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일상적에서는 바쁜 일정 속 잠시 쉬어가는 시간, 혹은 인생의 한 에피소드 같은 느낌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Interlude’라는 단어는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큰 틀에서 ‘쉼’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 삶의 ‘쉼’은 언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항상 우리 인생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그 속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 치열함 속에서도 ’쉼‘이 있기에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쉼 속에는 언제나 음악이 있었다. 군대를 가기 전 배웠던 피아노, 첫 직장을 그만두고 배웠던 미디 작곡, 일상의 지침이 있을 때마다 갔던 페스티벌 등 언제나 나는 음악을 찾아다녔다.
빠르게 달리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많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바쁘게 달리다 보면, 버스 안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계절의 색깔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악보 위에 끊임없이 음표만 쏟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문득, 한 걸음 멈추고 숨을 고르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 순간 지금껏 지나쳐온 것들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쁜 하루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무심히 지나쳤던 구름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같은 길을 걷더라도, 오늘은 나뭇잎이 조금 더 푸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중요한 것은 ‘크고 대단한 성취’가 아니다. 오히려 ‘쉼’ 속에서 발견한 사소한 것들이 더 깊은 울림을 줄 때가 있다. 그 울림은 결국, 내가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멈추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있다. 빠르게 달릴 때는 숨소리조차 느껴지지 않지만, 걸음을 멈췄을 때 비로소 자신의 호흡, 심장의 박동, 바람이 스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종종 무심코 지나쳤던 이 작은 순간들이, 사실은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우리는 좋아하는 쪽으로 삶이 기울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