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발자취에 담긴 나의 이야기,
우상(偶像)
우상(偶像). 단순한 동경을 넘어선 나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 존재를 뜻하는 말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그런 존재가 한 명쯤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그 사람이 ‘지드래곤(G-DRAGON)’이라는 K-POP 아티스트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에게 영감과 추억을 준 아티스트는 수도 없이 많지만 10~30대까지 모든 내 삶의 영감과 추억을 선사한 아티스트는 ‘지드래곤(G-DRAGON)’이 유일하다.
처음 그를 알게 된 건 10대 학창 시절이었다. 음악을 좋아하던 나는 자연스럽게 빅뱅이라는 그룹의 곡들에 빠져들었다. 당시 ‘거짓말’, ‘하루하루’, ‘붉은 노을’ 3연타 히트곡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가요계를 주름잡았었다. 모든 빅뱅의 곡은 모두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그는 단연 빅뱅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였다.
2009년 그가 첫 솔로 앨범 Heartbreaker를 발표했을 때 나는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다. 타이틀곡 <Heartbreaker>는 당시 음악 신에서 혁신적인 곡이었고, 탈색 머리라는 강렬한 비주얼과 퍼포먼스는 단번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딘 그는 이미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그 후 3년 뒤,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One of a Kind>앨범이 나왔을 때 나는 지드래곤이라는 아티스트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크레용’, ‘그XX’, ‘One of a Kind’ 같은 곡들은 음악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 기존 K-POP의 틀을 깨부수는 실험적인 시도들이었다. 특히 ‘One of a Kind’는 제목 그대로 그가 단 하나뿐인 존재라는 걸 증명하는 곡이었다. 그는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스스로의 색을 확립한 예술가였다.
고3 때 발매된 <쿠데타(COUP D’ETAT)>앨범은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항상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듣던 곡들이다. 특히 ‘삐딱하게’, ‘Black’, ‘니가 뭔데’ 같은 곡들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지드래곤이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보여줬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며 자유롭게 음악을 풀어가는 그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나의 10대의 플레이리스트에는 항상 그의 곡이 있었다.
20대가 되면서 그의 음악은 나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막 군대 전역을 하던 해인 2017년, 그가 <권지용> 앨범을 발표했을 때, 나는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꼈다. ‘무제(無題)’, ‘Super Star’, ‘개소리’ 같은 곡들은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 작품들이었고, 그가 음악을 통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성장을 해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특히 ‘무제(無題)’는 단순한 이별 노래를 넘어, 삶과 사랑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고 있는 듯했다. 나 또한 20대에 들어서며 여러 고민과 변화를 겪었고, 그의 음악을 들으며 나의 감정을 정리하고 위로받았다.
30대가 된 지금도 그는 여전히 나의 우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아티스트들이 등장하고, 음악의 흐름도 변했지만, 지드래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발매한 ‘Power’, ‘Home Sweet Home’은 또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자유롭고 독창적이지만, 그 안에서 한층 더 깊어진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의 음악을 들으며 내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다.
우상이란 단순한 목표가 아니다. 그 존재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원동력이 된다. 지드래곤이 음악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듯, 나 또한 내 자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그의 음악 속에서 그는 늘 말한다. “난 나야.” 그 짧은 말속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나에게도 큰 울림이 되었다. 나 역시도 나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이고, 나의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고.
10대의 나, 20대의 나, 그리고 30대의 나는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그의 음악을 듣고, 그의 메시지를 곱씹으며, 내 삶의 방향을 고민한다. 그렇게 그는 내 인생을 관통하는 아티스트가 되었고, 나는 여전히 그의 한 걸음을 따라 걷고 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에게 지드래곤이 그런 존재였듯, 나도 나만의 색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싶다. 지드래곤이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