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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Nov 24. 2024

03

진공청소기와 너

진공청소기 소리를 싫어하는 너.

주말 아침,  그 소리를 싫어하는 너는 욕실로 숨는다.
너에게는 선택의 여지 없이 오롯이 견뎌내야만 하는 시간을 혼자 외로이 버티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도 너를 따라 욕실에 짱 박힌다.
(절대 청소하고 싶지 않아서 아님!)

얇은 베니어 문 밖에서는 남편 혼자 청소기를 돌리고
욕실 임시 아지트 안 쪽의  내 늙은 아이는 귀를 쫑긋 모으고 매주 이맘때쯤 거실을 지나는 저 시끄러운 기계괴물의 동향을 살피고, 나는 요 자투리 쉬는 시간을 달콤하게 즐긴다.

주말 아침, 미안하게도 나만 혼자 행복한 이 시간.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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