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가 도대체 머니?

by 일상탐색자 메리다








“우리 양평으로 워크숍 갈 건데 같이 갈래요?”


“워크숍이요?”


“별거 아니고 1박 하고 고기 구워 먹고 노는 거야.”


워크숍. 그런 단어는 태어나 처음 들었다. 구체적으로 뭔지는 모르겠지만 워크(work)니까 업무와 관련이 있나 보다. 나는 여자 FC의 적극적인 구애로 알바 신분이지만 워크숍에 참석했다. 워크숍 당일, 여자 FC의 승용차에 남자 FC는 조수석, 나는 뒷자리에 앉아 경기도 양평의 한 펜션으로 향했다.


나를 고용한 두 FC는 젊었고, cool했고, 돈을 잘 썼다. 남자 FC는 뚜벅이였고, 여자 FC는 오피러스를 타고 다녔는데, 둘 다 본가는 서울이었지만 사무실 근처 오피스텔에서 생활했다. 강남의 오피스텔 임대료는 당연히 비쌌을 텐데 매 끼니는 외식, 사무실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는 회원권이 있어 언제든 자유로이 이용했고, 여자 FC는 틈나는 대로 미용 시술을 받고 값 비싼 화장품을 썼다. 나는 그들이 사주는 백화점표 수입 초콜릿과 다소 비싼 뷔페를 얻어먹으며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돈의 쓰임새를 마주했다.


그들에게 그런 소비는 당연한 듯 보였다. 음식이란 가격 불문하고 내가 먹고 싶고 만족스러웠으면 된 것이고, 비싼 월세를 내며 회사 근처에서 사는 건 그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만큼 벌면 되고. 그때 당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오피러스(중형 세단)를 타는 건 영업에 꼭 필요한 수단일 뿐이고, 고액 계약 고객에게 압구정 현대 백화점에서 비싼 선물을 사 보내는 것은 고객 관리의 일환이고. 그들은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지갑 꺼내기를 망설여본 적이 없었다.


교통비와 식대를 제하고 나면 얼마 남지 않은 알바비를 받으며 소비는 언제나 필요와 불필요 사이에서 갈등하고, 그마저도 기왕이면 저렴한 것을 선호했던 나와 다른 소비 습관을 보이는 그들은 소비를 위해 돈을 벌었고, 번 돈을 더 비싼 재화에 지불했다.


워크숍의 낮 일정은 보통의 야유회처럼 평범했다. 점심 먹고 농구 한판, 족구 한판, 해 질 무렵 바베큐 시작, 과하지 않게 마시는 술자리. 펜션은 오래됐지만 조용했고 산속 깊이 위치해 있어 사실 무료할 정도였다.


내 예상보다 빠르게 저녁을 먹고 자리 정리를 마치자마자 ‘벌써 자는 건가? 참 건전한 워크숍이야, 허허’하며 잠잘 준비를 하는데, 남자 FC들이 거실에 둥그렇게 둘러앉기 시작했다. 드디어 워크숍다운 work를 하려는 건가? 싶었지만 둘러앉은 그들 가운데에 담요가 깔리고 붉고 검은 카드 세트가 정중앙을 차지했다.


그랬다. 워크숍의 본래 목적은 청명한 봄날에 공식적으로 카드 게임을 즐기기 위함이었다!


카드패를 돌리고 주섬주섬 판돈이 나왔다. 초록색 만 원짜리 뭉텅이. 간간히 수표도 있었다. 천 원짜리와 동전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고, 패를 한 번 섞을 때마다 만 원짜리 수십 장이 그들의 손에서 손으로 오갔다.


평소 친구들과 재미 삼아 카드놀이를 해봤고, 그다지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는 판돈과 게임으로 눈이 벌게진 그들을 잠시 지켜보다 방에 들어갔다. 여자 FC도 그런 거 재미없다며 나와 같이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누가 얼마 잃었고 누가 얼마 땄는지가 주 화제였는데, 평소 말 수 없이 조용했던 나의 고용주 남자 FC도 목소리를 높이며 본인이 잃은 돈을 아까워했다. 관심 없다던 여자 FC도 카드 게임의 승패에 꽤나 흥미를 보였다. 하긴, 가장 많이 딴 사람도 가장 많이 잃은 사람도 고급 룸사롱 술값 정도의 액수였으니 '워크숍에서 재미로 했던 카드 게임'치고는 꽤 도파민을 자극했지 싶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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