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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May 22. 2024

나는 왜 왜?를 좋아해?

이호테우 해변

나는 '왜'를 좋아한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고 모르는 것을 알고 싶다. 


그런데 오늘 나의 괴로움의 원인이 현상을 알고 싶은 '왜?'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알고 싶어 할까? 때로는 흘러 보내는 것도 답일 텐데 말이다. 


'왜'의 원인을 생각하다 보면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또 괴로워지고 근심 걱정 염려가 몰려온다. 좀 모르게 놔두면 안 되는 걸까? 


곰곰이 문득 떠올랐다. 나의 '왜'는 생존이었구나. 미리 알고 싶은 마음, 예측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왜? 안전하고 싶으니까. 


트라우마는 조각난 기억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의 수치가 떨어진다. 장기적인 기억의 근본 원인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은 계속 긴장하고 대비하는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기억은 삶을 재구성한다. 기억은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한 본질적인 부분이다. 트라우마를 겪으면 뇌는 다음번 타격을 대기하느라 고도로 각성한다. 뇌가 감정의 문을 닫는 것이다. 이러면 생존과 안전에 대해 뇌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대부분 쓰기 때문에 뇌는 과잉 각성된다. 


나의 왜는 사물을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지만, 일관적으로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욕구에서 왔다. 그런데 인간의 삶이라는 게 일관적일 수가 있나? 도달할 수 없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는 그것이 안 되는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의 제주 바다는 이런 내가 마음껏 울 수 있게 했다.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이 편안했다. 


밤이 되니 바람이 많이 분다. 바다 소음으로 귀가 벙벙해지고 제주 바람에 제주 바다가 흘러가는 걸 멍하니 보는데 누군가가 나를 안아주는 같았다. 


"수고 많았지? 여기서는 마음껏 울어도 된다. "


나는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믿는다. 

아무런 음악이 없어도 자연이 선물하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다.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많은 것이 있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일어날지 다 알 수 없지만

지금 여기에서 오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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