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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May 27. 2024

구멍이랑 같이 살아요. 주체적으로

제주 돌담

제주에는 현무암으로 만든 돌담이 많아요.

돌담은 제주의 거센 바람으로부터 작물을 막아주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죠.

접착제도 없이 쌓아 올린 돌담이 쓰러지지 않는 것은

돌 사이에 있는 바람구멍 때문이래요.


바람 샐 구멍 없이 촘촘한 시멘트 벽보다 

빈틈 많고 구멍 뚫린 현무암 돌담이 제주에선 딱인 거죠.


적당한 구멍이 있어야 인생이 더 단단해지고 

그 사이사이를 통해 다른 생명들이 숨을 쉬고 있었어요.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결국은 저 구멍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게

너무 큰 위로가 되었어요. 


진짜 접착제 없이 쌓아 올린 게 맞는 걸까 호기심이 생겨서

몇 개를 밀어봤는데 밀리더라고요. 


구멍이 많고 모진 풍파가 불고 연약하더라도 

누군가가 생명을 얻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거예요.

곁을 내어줄 수 있는 거예요.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구멍을 애써 매우려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고

구멍과 같이 사는 거죠. 주체적으로


너무 큰 구멍이고 하자라고 생각했던 인생의 구멍들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를 주고받았어요.

누군가의 삶을 위로를 있는 삶이라는 게 

너무 의미 있지 않나요?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경험하지 않고 안다는 것이 지혜라던데 

나는 왜 이런 지혜가 없을까 


나를 많이 채찍질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거였어요.

모든 게 다 내가 멍청해서 겪은 게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런 구멍을 갖게 되었더라도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거였어요.


누구나 현재가 처음이잖아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도 모두에게 오늘은 처음이잖아요.


인생의 ‘결국’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소망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하지 말아요.


행복해라 닝겐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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