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물
비행기모드를 풀자마자 원하지 않은 일들이 팡팡 터지고
머리가 복잡해지고 편도체가 너무너무 시끄러워진다.
보란 듯이 시험대 위에 올려진 기분이다.
마음먹은 것은 절대로 해마가 시키는 것대로 반응하지 않기다.
익숙한 대로 반응하는 것을 의지적으로 끊어내고
건강하게 자기 경계선을 세우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왜 이런 상황이 나에게 닥쳤는가를
한참 생각하니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왜'를 버리고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집중했다.
섭섭하고 화가 났다.
화가 나는 내 모습이 감사했다.
화가 나야 할 때 화가 나서 다행이다.
화라는 감정을 우울로 덮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오늘 "나 정말 섭섭하다"라고 가까운 사람에게 말했다.
왜 그동안 말을 안 했냐고 그와 감정이 틀어졌다.
내가 두려워하는 감정들을 피하지 않고
최대한 하고 싶은 말을 그냥 했다.
여전히 섭섭하지만 오고 가는 거친 감정에 사랑을 느꼈다.
내가 표현하지 않으니 어떤 것을 느끼고 있는지 몰랐을 것이라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점점 유연해질 것이다.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것은
누군가를 무조건 용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픈 마음과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속 이야기를 터놓고 수용받았던 경험이 적어서
나에 대해서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잦아지는 관계에 피로를 느낀다.
기분이 상해도 꾹꾹 눌러 담아 속에 있던 것들을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속에 담아두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말하지 않는 말들과 마음들은 나의 우울과 불안의 일부분이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에는 내가 원하는 답들이 있으니까.
해 아래 새것이 없으니까.
그리고 안전하니까였다.
삶은 인간관계로 되어 있고
생각보다 내가 염려하던 일을 일어나지 않으며
미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T에게는 F가 필요하고, F에게는 T가 필요하다.
안 하던 것을 하려니까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렵고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3N 년 이렇게 살아왔으니 한 번에 바뀌진 않겠지만
관계에서 겪을 시행착오들을 두려워하지 않을 거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