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담
제주에는 현무암으로 만든 돌담이 많아요.
돌담은 제주의 거센 바람으로부터 작물을 막아주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죠.
접착제도 없이 쌓아 올린 돌담이 쓰러지지 않는 것은
돌 사이에 있는 바람구멍 때문이래요.
바람 샐 구멍 없이 촘촘한 시멘트 벽보다
빈틈 많고 구멍 뚫린 현무암 돌담이 제주에선 딱인 거죠.
적당한 구멍이 있어야 인생이 더 단단해지고
그 사이사이를 통해 다른 생명들이 숨을 쉬고 있었어요.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결국은 저 구멍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게
너무 큰 위로가 되었어요.
진짜 접착제 없이 쌓아 올린 게 맞는 걸까 호기심이 생겨서
몇 개를 밀어봤는데 밀리더라고요.
구멍이 많고 모진 풍파가 불고 연약하더라도
누군가가 생명을 얻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거예요.
곁을 내어줄 수 있는 거예요.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구멍을 애써 매우려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고
구멍과 같이 사는 거죠. 주체적으로
너무 큰 구멍이고 하자라고 생각했던 인생의 구멍들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를 주고받았어요.
누군가의 삶을 위로를 줄 수 있는 삶이라는 게
너무 의미 있지 않나요?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경험하지 않고 안다는 것이 지혜라던데
나는 왜 이런 지혜가 없을까
나를 많이 채찍질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거였어요.
모든 게 다 내가 멍청해서 겪은 게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런 구멍을 갖게 되었더라도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거였어요.
누구나 현재가 처음이잖아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도 모두에게 오늘은 처음이잖아요.
인생의 ‘결국’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소망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하지 말아요.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