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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휘은 Sep 26. 2023

운동의 논증을 찾아서

나는 운동을 배울 때, 좋은 자세로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들으며 배웠다. 그래서 나는 그 자세가 왜 좋은 자세인지 나를 가르쳐 주시는 운동 지도자에게 여쭤봤다. 그분은 자신이 이렇게 배웠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실 뿐이었다. 그 자세가 왜 좋은 자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배웠고 오랫동안 그렇게 운동을 해왔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자세와 운동을 따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왜'를 스스로 찾기 시작했다. '왜'를 찾으면서 내가 나의 트레이너가 되었고 내가 나의 회원이 되었다. '왜'를 찾는 여정 속에서 빠르게 답을 찾기는 어려웠지만, 나에게 가장 필요한 답을 찾기는 훨씬 좋았다.


저 동작은 좋은 동작이고 이 동작은 안 좋은 동작인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거쳐서 가장 좋은 동작이 고안되었겠지만, 나는 좋은 동작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논증을 원했다. 논증이 없는 동작 설명은 이해도 어렵고 의문이 생겼으며 신뢰가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논증이 없다면 먼저 의심했다. 논증은 없는데 관심이 가는 동작이 있으면, 그 동작을 설명할 수 있는 논증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결국에 그들이 고안한 동작을 그대로 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스스로 논증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나 스스로에게나 나에게 운동지도를 받는 회원님들께나 더 좋은 결과들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회원님들은 더 건강하게 운동하실 수 있었고, 체력적으로도 좋아지셨다. 논증이 더해진 운동은 보다 확실한 운동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내가 의문을 가졌다가 논증을 찾은 사례를 한 가지 소개해보려고 한다. 스쾃를 할 때 다리가 벌어져서 앉아야 하는 것은 저명한 사실이다. 그 이유는 앉을 때 다리가 벌어져야지 무릎관절 손상을 줄이거나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힘도 보다 강하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스쾃를 할 때에 다리를 벌려서 앉는 것인지 앉다 보니 다리가 벌어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이 의문을 갖게 된 계기는 달리기와 런지에 대해서 고찰을 할 때였다. 달리거나 런지를 할 때 지면을 밀어내는 다리, 즉 뒤에 위치한 다리는 벌어지지 않고 모아진다. 목도리도마뱀을 흉내 낼 때 다리를 벌리면서 뛰지 않는가? 달리기나 런지를 할 때 목도리도마뱀처럼 뛰지 않는다. 그래서는 다리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스쾃는 다리를 벌릴까? 스쾃도 달리기와 런지와 마찬가지로 지면을 밀어내는 힘으로 운동을 하는 것인데 말이다. 의문의 시작점이었다. 만약 스쾃의 동작을 달리기와 런지와 다르게 해석하거나 스쾃를 하는 목적이 특수한 목적이 아니라면 해결해야 하는 의문이었다. 나는 달리기뿐만 아니라 런지도 엉덩관절, 무릎관절, 발목관절이 시상면 움직임에서 협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스쾃도 달리기와 런지와 동일하게 해석한다. 그래서 나는 스쾃의 논증을 찾고자 공부하고 생각했다.


결론은 스쾃를 할 때 다리가 벌어져서 앉는 것이었다. 벌린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엉덩관절의 특성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엉덩관절은 구부릴 때 다리가 벌어지고 펼 때 다리가 모아진다. 엉덩관절이 구부러진다는 것은 무릎을 배를 향해 당길 때의 움직임이다. 펴진다는 것은 그 반대인 뒤차기를 하듯이 다리를 뒤로 뻗을 때의 움직임이다. 스쾃는 엉덩관절을 펴는 힘으로 운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쾃를 할 때 앉는 동작 중에는 다리가 벌어지는 것이다.


신장성 수축을 이해하면 조금 더 이해가 될 것이다. 신장성 수축은 근육에 힘을 주면서 근육의 길이가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한 손에 아령을 들고 이두근 운동을 위해서 팔꿈치를 굽혔다 펴는 동작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다. 아령을 몸 쪽으로 당기기 위해서 팔을 굽힌 다음 천천히 팔을 펴는 과정을 상상해 보겠다. 천천히 팔을 펴는 이때가 신장성 수축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관전 포인트는 팔을 펴고는 있지만, 팔을 펴는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팔을 굽히는 힘을 사용하여 팔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에는 팔을 펴고 있지만, 실제로는 팔을 굽히는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원리를 스쾃에 적용하면 앉는 동작 시에 다리가 벌어진 건지 벌린 건지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스쾃는 다리를 펴는 힘으로 다리를 구부리고 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앉을 때 다리를 벌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리를 모으는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엉덩관절의 특성에 대해서 설명했던 것처럼 다리를 펼 때 다리는 모아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논증을 찾는 여정 중 하나였다. 이 논증을 찾고서 나는 엉덩관절 근육들, 무릎관절 근육들, 발목관절 근육들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게 운동지도를 받는 회원님들의 피드백이 좋아졌다. 무릎이나 허리에 불편감이 줄어들었다든지 근육들의 움직임이 보다 정확하게 느껴진다든지 하는 피드백들이었다.


논증을 찾아 공부하면서 내가 나에게 가장 좋은 트레이너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공부하고 배우고 있지만, 가장 좋은 트레이너는 나다. 내가 제일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를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나보다 뛰어난 트레이너가 있더라도 내가 가장 필요하고 원하는 운동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내가 회원님을 지도할 때도 동일하다. 내가 일방적으로 운동을 지도하지 않고 그분의 의견을 들으면서 가장 좋은 운동들을 하려고 노력한다. 옆에서 내가 지도를 하고는 있지만, 나는 도울뿐 그분도 마찬가지로 가장 좋은 트레이너는 그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 가장 좋은 트레이너는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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