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멀리서 보내온 시집을
눈만 껌뻑이다 덮는 날이 허다했지만
가을 되면 나는
노오란 은행잎을 책장 사이마다
끼워 넣는 일은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끼워둔 은행잎이
언젠간 바스러질 것을 잘 알지만
그 자리 그대로 가만히 두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방금 내가 끼워둔 은행잎과
조금 다른 당신의 은행잎에
당신을 만난 것처럼 반갑습니다
내가 이날 끼워둔 은행잎은
내 하루고
당신이 그날 끼워둔 은행잎은
당신의 하루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가을바람에
나 또한 그저 좋은 하루를 끼워 넣습니다
당신의 좋은 하루는 어디쯤 끼워 넣었나요
분홍 시집 사이 나란히 우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