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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n유미 Oct 30. 2024

나는 조르바의 딸입니다

프롤로그

‘내가 이러는 건 다 아빠 때문이야.’


음주가무에 능하구먼, 넌 역시 조르바의 삶을 사는구나.

지인들이 나에게 종종 하는 말이다. 한량 같은 느낌이 있어 기분이 별로냐고? 전혀 아니다. 

어깨와 골반이 들썩이며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진정 조르바인가. 내 핏속에 그의 유전자가 진하게 흐름을 문득문득 느끼며 살고 있다. 

맞다. 그리스인이 아닌 한국인인 내 아빠는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떠들기 좋아했던(경상도 남자였는데도 말이죠) 조르바이다.


“음주가무”는 술을 마시며 노래와 춤을 즐긴다는 뜻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중요한 추가사항이 있다. 모름지기 노래와 춤을 벗 삼아 술 마시며 ‘잘 지껄이고 놀 수 있는 능력’. 그래서 그리스인 조르바는 책 한 권 분량의 수다를 떨었고, 우리 조상들은 시를 읊으며 놀았다지... 

현세대 우리의 술자리 마지막 코스는 리듬 있는 지껄임을 할 수 있는 노래방이기도하다. 


나는,  

자칭 애주가로 조주기능사 시험에 패스했으며

재즈댄스, 살사, 줌바를 취미로 배우고

보컬트레이닝을 받으며 가끔 자작시를 쓰며 논다.


다시 소개하자면,

애주가로 조주기능사 필기만 56점으로 겨우 합격한 상태이며

몇 가지 춤을 짧게 접해봤으며

에코 없이는 노래 부르기 힘든 별 볼 일 없는 실력이고

술만 마시면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저질 단어로 구사한 자작시를 읊어대는

뭐 하나 끈기 있게 하지 못하지만, 잘 지껄이고 놀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났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이러는 건 다 아빠 때문이다. 맞다. 

내 아빠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음주가무에 능한 코리안 조르바이다. 


요약하자면, 

그는 선생님 뒤에서 지껄이다가 1년 내내 반성문을 썼다. 그 덕분에 명필로 주변에서 인정을 받았다. 

젊을 때는 기타 코드보다, 여자 손을 잡는데 주력하다가 아내를 만났다. 

중년에는 끼를 발산하지 못해 지루박에 발을 들여 그의 아내가 무도회장을 뒤집어엎은 일화가 있다. 

노래자랑 참가, 티브이 출연으로 목소리와 얼굴을 전파했다. 


그와 나의 삶에서 음주가무와 수준 높은 지껄임이 없다면 그건 팥소 빠진 붕어빵이다.

우리의 유쾌하고 가슴찡한 이야기를 펼쳐보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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