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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May 25. 2024

24년 5월 넷째 주 감사일기

5월 20일 월요일 / 흐린 뒤 맑은 날


극단에 들어오고 첫 출장. 경기도 용인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에서 학교 안전 관련 공연을 했다. 나는 사진 및 영상촬영으로 갔으며 오퍼 보조 정도 했다. 작년 연말 때 아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2달가량 초중고에서 학생 뮤지컬 조명 업무를 했었다. 그때 아이들이 무대에 서는 거 보며 공연의 재미가 다시 살아나 다시 한번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다 어찌어찌해서 여기에 들어오게 되었고 마침 또 학교로 출장 가서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이런 걸 또 좋아한 내게 아주 딱 좋았던 곳. 오늘도 이 초등학교에 와서 공연을 하는데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나라를 빛낼 아이들에게 더 나은 문화생활과 공연을 제공해 준다는 건 어른으로서 그리고 직업을 가진 자로서 흐뭇하고 뿌듯한 일이 이만한 게 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여기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내심 뿌듯했다. 내가 이래서 공연을 좋아했던 건가. 다시금 내가 좋아한 이유를 알게 된 하루였다. 잊고 있던 이유를 다시 새롭게 기억하게 되어 감사한 하루다.


오늘은 불태웠으니 불싸이버거

5월 21일 화요일 / 선선한 날씨


오늘 하루 쉬는 날이 되어 여유로운 일상을 보냈다. 오전부터 미용실에 가서 머리 정리도 하고 느긋하게 점심도 먹고 헬스장 가서 마음 편히 운동도 하며 저녁에 용쌤을 만나 고기도 먹고. 화요일이 금요일이나 주말 같은 느낌으로 마음 편하게 하루를 보냈다.


마음속 불안감이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더는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 건지 부정적인 에너지가 내 마음속에서 빠져나와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하루였다.


이게 바로 마음의 여유인가. 언제부턴가 내 마음속에 이런 여유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쩌면 대운이 들어올 시기인가 싶다. 그렇다면 그 대운! 기꺼이 받으리.


날이 좋으니 꽃도 활짝



5월 22일 수요일 / 더운 하루


과거의 나는 항상 불안해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나를 항상 감싸서 남들보다 불안지수가 더 높았다. 불안감이 높으면 참으로 불편한 부분들이 많았다. 온몸은 항상 긴장이 되어있는 상태로 지내야 하며 자연스럽게 스트레스에도 쉽게 노출이 되어 몸과 마음에 병을 부르고 그랬다.


이런 삶이 힘들어서 가끔 죽으면 편할까란 생각도 했다. 내가 죽으면 적어도 이 불안감에서는 해방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막상 죽을 용기는 없었다. 죽음 앞에 놓이게 되면 나는 살려고 발버둥 쳤다. 수년간 그렇게 죽음의 앞에서 나와의 사투를 벌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죽고 싶지 않고 살고 싶은 이유를 찾게 되어 계속 살아갔다.


내가 살아갈 이유. 나는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걸 좋아한다. 한 번은 웃기려는 욕심에 과한 리액션과 단어를 써서 상대방에게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걸 좋아한다. 내가 연극을 하고 방송, 영상 쪽에서 관심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사람을 웃게 하는 걸 많이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것, 내가 하는 걸 보고 즐거워하면 나는 내가 살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 해맑은 웃음. 남녀노소 어른, 어린아이 할 거 없이 즐겁게 웃는 모습이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더 살아서 사람들을 웃게 해주고 싶었다.


이번주에 모임이 있어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데 그 모임에서 5월 생일자가 두 명 있었다. 이 두 사람에게 선물을 해주려고 쇼핑을 하는데 선물을 받았을 때 기뻐할 두 사람을 생각하니 쇼핑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런 소소함에서도 내 살아갈 이유가 이어지니 나는 계속 살고 싶어졌다. 모든 걸 이겨내고 내가 살아갈 이유, 목표를 정하니 나도 웃을 수 있었다. 365일 1년의 시간 중 내 목표를 위해 웃는 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오늘 나는 내 살아갈 이유 덕분에 웃는 하루를 보냈다. 목표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감사하다.


뭔가 답답할 땐 시원한 콜라 한 모금

5월 23일 목요일 / 일교차가 컸던 하루


오랜만에 용형과 함께 저녁 식사를 가졌다. 오래간만에 나가는 물류 일에 같이 고생을 했기에 오늘은 배 터지도록 고기를 마음껏 먹기로 했다. 형과는 가끔 저녁을 먹는데 이렇게 같이 먹으니 맛도 두 배 오붓함도 두 배였다.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친구이지 않을까 싶다.


요 근래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일이 많았다. 친구들이 다 멀리 사기도 하며 물가도 많이 올라 밖에서 사 먹기도 두려운 요즘, 함께 밥을 먹으며 즐겁게 얘기를 나눌 수 있어 그에 따른 지출도 아깝지 않았다. 같이 밥 먹고 설빙 가서 빙수도 먹고 산책도 하고 오랜만에 여유로운 평일 저녁 일상이었다. 


함께 밥 먹고 산책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


둥근달에게 소원을

5월 24일 금요일 / 흐린 하늘 더운 날


오늘은 여러모로 고맙다는 말을 들은 하루였다. 올해 초 대학 친구에게 도움을 줘서 친구의 고민을 해결해 줬다. 그걸 계기로 최근에 친구에게 좋은 기회들이 들어와 친구는 내게 엄청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오늘 전화 온 대학 후배. 이 친구가 선물 받은 걸 자랑하고 싶다며 내게 전화를 걸었다. 이 친구랑은 평소에 전화가 오면 나는 주로 이 친구의 말을 들어준다. 무언가 신나게 떠들고 싶어 하는 이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끊기도 미안하고 수다의 즐거움을 뺏는 거 같아 나는 주로 들어주는 편이다. 그러다 오늘, 선물 받은 걸 자랑하면서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이 친구는 평소에 나랑 전화를 하면 자기가 주로 떠든다는 걸 안다. 그리고 타인이 말을 하면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입이 가만히 있지를 못해 계속 떠든다. 그러다 최근에 주변에서 자신의 수다에 대해 생각을 말하며 자신의 문제를 인지했다. 그걸 인지하면서 그동안 나와 통화하면서 자신의 말을 묵묵히 들어준 내가 참 고마운 사람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이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아빠와 짧은 일상얘기를 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냐 등 무뚝뚝하면서 부드러운 부자간의 대화가 오가고 마지막에 오늘 할아버지 생신이라는 말을 듣고 저녁에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할아버지 목소리. 할아버지께서는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셨다. 나는 좀 더 목소리를 높이며 할아버지께 안부 인사와 축하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께서는 손자의 연락이 반가우며 고마우셨는지 내게 고맙다고 하셨다. 


고맙다는 말. 오늘은 주변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하루였다. 그저 평소처럼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상대방을 대했는데 그들은 나의 행동에서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힘들었던 마음도 살갑게 풀린 기분이었다. 고맙다는 말이 이렇게 좋은 말이었다니. 오늘은 참 기분이 좋은 하루.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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