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사람들은 우울할 때면 '시장에 가라'라고 한다. 나는 우울할 때면 '대학 캠퍼스에 간다'
내 눈에는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대학생들이 캠퍼스를 누비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싱그러워 보일 수가 없다. 그 젊음이 좋다.
남편과 오늘은 '학식'을 먹기 위해 대학에 왔다. 캠퍼스는 많이 달라졌다. 스무 살에 거닐던 캠퍼스를 30년이 지나 남편과 오니 새롭다. 우리는 정문을 지나 '할딱' 고개로 접어들었다.
"이 고개 이름이 '할딱 고개'야. 이름이 재미있지?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여기 오를 때면 숨이 할딱거린다고 그렇게 불렀지."
그리고 펼쳐지는 너른 잔디밭. 그곳에 남편과 앉는다.
"저기 보이는 흰 건물이 동아리 방이었어."
그야말로 추억이 방울방울이다.
'학식'은 우리가 자주 찾는 외식코스다. 예전에는 맛집, 멋집을 자주 찾아다녔다. 물론 지금도 맛집 탐방은 즐거움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 알겠다. 음식 자체보다 누구와 함께 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평일 낮에 둘이 하늘이 높아진 캠퍼스를 거닌다. 꼭 50대 C•C 같다. 아니 그냥 마음은 20대 대학 캠퍼스 커플이다.
이런 호사는 남편이 회사 다닐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것들이다.
이제 안다. 돈보다 귀한 것이 한낮에 데이트 같은 것이라고.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