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셋째 주 월요일에 수업 영상을 올린다는 공지를 보았다.
3월부터 모든 게 시작될 거라 생각하고 있던 터라 2월 수업은 낯설었다. 진짜 수업 영상을 마주 하려니 살짝 긴장도 되었다.
탁상 달력을 집어 들고 수업영상이 올라온다는 날짜 밑에 연필로 메모를 하였다. 끝부분에 별 표시를 하려다 그냥 밑줄을 그었다.
그날, 저녁 늦게 달력을 확인하고 노트북을 펼쳤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부팅이 되는 동안 세수만 하고 얼른 책상 의자에 앉았다. 로그인을 하고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U-KNOU에 접속하고 흠칫 놀랐다.
내가 수강신청한 과목의 수업이 모두 업로드되어 있었다.
'와... 진짜 시작인가 보다.'
과목을 클릭할 때마다 15강의 수업이 조선시대 상소문처럼 쫙쫙 펼쳐졌다.
머릿속으로는 강의수 곱하기 과목 수에다가 1학기가 몇 주인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15 x y)/z =?
결과 값과 상관없이 결론은 '갈길이 바쁘구나.'였다.
혼자만의 몸풀기가 시작되었다. 신편입생들의 필수 과목인 '원격대학교육의 이해'를 1강을 시청했다.
이 수업은 1점이었고 완강하면 PASS가 주어진단다. 간단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7강까지 다 듣는데 3일이 넘게 걸렸다.
놀라긴 아직 일렀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매일 올라오는 공지사항은 나를 더욱 궁지를 몰아붙였다.
수강교과목 변경 관련 공지, 성적관리는 방법 관련 공지, 수업 용어 정리, 이 수업자료, 저 수업 자료,
알아야 할 자료, 모르면 안 되는 자료, 이것도 모르냐 자료, 꼭 읽어봐라 자료,,,,, @.@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매일 "이걸 이렇게 하는 게 맞나~~~~"하는 질문을 던졌다.
초반이라 그래. 내가 잘 몰라서 그래. 나를 다독이며 등 떠밀고 있을 때 폭탄이 떨어졌다.
중간고사 과제 공지가 업로드되었다. 3월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직 1강, 2강 수업을 듣고 있었고 시작도 못한 과목이 절반인데 중간 과제라니!
정말 멘탈이 나갈 정도였다.
방송대는 입학은 쉬워도 졸업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나는 하루에 2시간 정도를 방송대에 할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정도면 매일 강의 2개는 들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 개풀 뜯어먹는 계획이었다.)
일주일 정도 실천한 결과, 새로 올라온 공지를 읽고 자료를 프린트하고 강의 하나 듣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부족한 시간이 늘려야 했기에 처음에는 10분, 다음에는 20분을 빨리 일어났다.
그래도 안 되겠어서 파격적으로 기상 알람을 1시간 확! 당겼다.
오전 일정이 조금씩 밀리며 자는 시간이 늦어진 것까지 감안하면 총 수면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낮에 잠깐 피곤한 것 빼면 견딜만했다.
며칠 전, 헌혈센터에 갔다. 나에게 헌혈은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연중행사이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띵동 소리에 상담실로 들어갔다.
간이 검사에서 철분 수치가 낮게 나와서 헌혈을 못하게 되었다.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어 당황하지는 않았다.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직원분과 인사했다.
"다음에는 고기 많이 먹고 올게요."
"그 보다 잠을 좀 주무셔야 할 것 같아요. 요즘 잘 안 주무시죠?"
"아..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헤헤^^. 철분 수치는 살코기에 영향받는 거 아니었어요?"
"잠이 모자라도 철분 수치가 낮아져요. 그러니 푹 주무세요."
난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 몸은 지쳐가고 있었나 보다.
난 지금 모든 게 서툴고 혼란스럽다.
그래도 아직 울고 싶을 정도로 힘든 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휴~
더 다행인 건 수업 듣는 게 재미있다. 수업 듣는 동안에는 즐겁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칙은 계속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