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신편입생을 위한 간담회가 있었다.
전국 신편입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안내에 지난달 참석했던 서울지역 간담회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입학식 같은 분위기일까? 학교에 동아리도 있다는데 그런 안내도 해주려나?'
여러 상상에 빠져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간담회는 zoom으로 진행된단다.
'내 얼굴이 보이게 화면을 켜놓고 싶지 않은데..마스크를 끼며 더 이상하겠지? 어쩔까.'
괜한 걱정을 늘어놓았다.
식전행사 6:30분부터 본식은 7:00시부터였다.
시작 전에 가족들의 저녁밥을 차려 놓으려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띵동 띵동!
벨소리와 함께 갑작스런 남편의 지인들이 방문했다.(-OMG!)
현관문을 들어오는 그들을 마주하는 순간,'오늘 간담회 참석은 날아갔구나.'생각했다.
심장이 쿵쾅쿵쾅거렸다.
나는 이 상황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나는 학생이고 너네는 손님이야.(-김하늘 목소리를 내며 말하기) 그러니 방 안에 있는 나를 찾지 말아 줘. 행사 끝나고 만나자" 라며 솔직히 게 말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편입했다는 사실을 같이 사는 가족에게만 말했다. 내 친한 친구도 지인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남편에게도 내 입으로 말하기 전까지 그 누구에게도 입 다물어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오늘 방문한 지인은 꽤나 친한 사람들이다. 아무리 친한 지인이라도 예외는 없었다.
편입의 ㅍ, 학생의 ㅎ도 꺼내지 않았다.
자꾸 시계를 보게 되었다. 마음을 비웠다지만 포기는 되지 않았다.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켰다. 간담회 접속 주소를 찾느라 조금 헤매었다.
헤맨이유는 내가 온라인 간담회를 입학식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완전한 나의 착각이었다. 어디에도 '입학'이란 단어를 쓰여있지 않았다.
학교 메인화면에서 간담회, OT를 검색하니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카테고리 여기저기를 배회했다.
끝임없는 클릭과 뒤로가기를 누른 끝에 학과 홈페이지까지 흘러갔다.
그렇게 오늘의 행사가 학과의 단독 행사라는것을 알게되었다. (- 아하!)
뭔가 약간의 김이 빠졌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다급한 클릭으로 접속에 성공했다. 제일 처음 마이크를 음소거하고 화면에 얼굴이 보이지 않게 했다.
다행히 자신을 보이게 한 사람보다 카메라를 꺼놓은 사람이 더 많았다.
진짜 얼굴 대신 캐릭터를 보이게 한 사람들도 있었다. 따라하고 싶었지만 설정 방법을 몰라 포기했다. (-신문물은 아직 서툴다.)
200명이 넘는 전국의 보건환경안전과 학생들이 zoom 회의실 한 곳에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한 집에서 두 살림하는 사람처럼 식탁과 방을 살금살금 왕복했다.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로 방에 다녀왔을 때 남편이 말했다.
"뭐 해? 왜 자꾸 왔다 갔다 해."
오늘 온라인 간담회가 있다는 미리 말을 했는데.. 남편은 까맣게 잊은듯했다.
(-우리 남편~ 아까 내가 한 말을 귓등으로 들었나 보다.)
나는 검지 손가락을 올려 입 가까이 가져갔다. 남편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불현듯 기억이 난 건지, 분위기상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었다.
세 번째로 노트북 앞에 앉았을 때는 모든 행사가 끝난 뒤였다.
까만 zoom 바탕 화면에 하얀 내 이름이 덩그러니 멈춰있었다. 그 많던 사람들도 아무도 없었다.
노트북을 덮을때.. 뭔가 마음이 뭉클하고 찌릿한게 이상했다.
오늘 또 이 말을 중얼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이게 맞나.'
무겁지는 않았지만 헛헛하기는 했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끼지 못하는 주변인이 되었다.
I'm 주변인
그날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이 하나 남았다.
방송통신대는 입학식이 없나?
검색 결과, 올해 입학식은 3월 1일에 유튜브채널로 생방송까지 되며 강당에서 크고 성대하게 진행됐었단다.